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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정신분석학
· ISBN : 9788958206361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20-03-17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1부. 가족의 이름으로
- 엄마 배 속
- 집안의 내력
- 나도 아이를 낳고 싶다
- 사춘기
- 아이의 도벽
- 팥쥐엄마
- 기러기아빠
- 가족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
- 대물림
- 불편한 진실
2부. 삶의 현장
- 전조
- 내 머리는 셌는가?
- 욕
- 직업병
- 인간의 이중성
- 정신적 교류
- 모순어법
- 가짜웃음
- 번아웃
- 연속극 보는 남자
3부. 다문화심리학
-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 차이 1
- 차이 2
- 문화적 차이
- 다문화 경영
- 처녀 시절 장례식
- 외국어 유감
- 레의 복합도형
4부. 이론과 실제
- 은유
- 매슬로의 피라미드
- 경고문
- 페티시즘
- 연상의 여인
- 바바리맨
- 자기애적 성격장애
- 경로의존
- 가족 소설
5부. 세상의 변경에서 나를 마주치다
- 더블 바인드
- 단추 검사
- 구강기
- 항문기적 성격
- 동성애
- 꿈 이야기
- 이름을 찾아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른이 되어 오지(奧地) 여행을 즐기는 것 ‘모태회귀본능’
풍진세상에 부딪힐 때마다 우리의 정신세계가 발동하는 방식 중에 ‘모태회귀본능’이 있다. 사실상 본능이라기보다 무의식적 판타지(Phantasie/fantasy, 무의식적 욕망이 만들어내는 상상의 시나리오)라고 해야 옳다. 어쨌든 이 말은 세상살이가 힘겨울 때마다 우리 모두가 태아 시절 열 달 동안 체류했던 엄마 배 속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무의식적 희구를 뜻한다. 그 시절, 우리는 몸과 마음이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채, 딱 알맞은 온도에, 엄마로부터 제공되는 영양분을 섭취하며, 찰랑이는 물속에 잠겨 무릉도원을 경험한다. 그 후 우리가 엄마의 공간으로부터 쫓겨난 이후에도, 우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과거에 맛봤던 낙원으로 되돌아가길 꿈꾸는 것이다…….
매일 밤 빠져드는 잠이야말로 모태회귀본능이 일상적으로 발현되는 가장 대표적 공간이다. 어린아이들이 종이박스에 들어앉아 환하게 웃음 짓는 광경은 심심치 않게 마주칠 수 있는 장면이다. 아이들은 박스뿐 아니라 움푹하게 들어간 형태를 가졌다면 그 무엇이든 들어앉길 좋아한다. 바로 엄마 배 속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또는 어두컴컴한 골방에 틀어박혀 나 혼자만의 고독을 즐기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 오지(奧地) 여행을 즐기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때 묻지 않고, 세상에서 비켜선 오지야말로 우리가 몸과 마음을 숨기고 편안하게 쉴 수 있다는 기대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사춘기의 청소년들의 특징적 현상 ‘작은 차이에의 숭배’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 있다. 바로 정신분석학에서 ‘작은 차이에의 숭배’란 개념으로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는 곧 자신의 몸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남녀로서의 성징에 불안감을 품고 있는 청소년 남녀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남성성이나 여성성에 대한 사회통념적인 표식을 과장되게 나타내려는 경향을 일컫는다. 예컨대 사춘기의 여자아이라면 자기 치수보다 큰 가슴가리개를 한다거나 엄마의 립스틱을 몰래 발라봄으로써 불안한 자신의 여성성을 다독거리기도 하고, 남자아이의 경우라면 일부러 거친 태도를 보인다거나 신체 단련에 과도하게 몰두하기도 한다. 남성성, 여성성을 자기 몸에서 발견하기 시작한 예비어른들이 거치게 마련인 자연스러운 시행착오인 셈이다. 이렇듯 사춘기에 접어들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모두 인생의 ‘봄’을 맞이하긴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변화하는 몸에 비해 마음이나 정신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정신분석가인 프랑수아즈 돌토의 비유에 따르면,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이른바 바닷가재 콤플렉스를 앓는 셈이다. 마치 바닷가재가 성장을 위해 이제까지 어린 몸을 감싸고 있던 작은 허물을 벗어던지고 더 커다란 보호막을 구축하기 전까지는 바깥의 자극과 공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듯이, 청소년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빗대기 위한 비유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로 본 ‘애정결핍’과 ‘애정과잉’
과연 우리는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사랑만이 최선일까? 사실상 아이에게 부모의 애정만큼 중요한 자양분은 이 세상에 달리 없을 테니 말이다. 실제로 우리는 주변에서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해 비뚤어진 아이로 자라나는 경우들을 심심찮게 접하고는 한다. 부모의 애정결핍이나 무관심은 아이의 자아 형성에 결함을 초래하고 때론 대단히 심각한 문제아, 나아가 문제 성인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예컨대 반사회적 성향을 지닌 청소년이나, 여러 형태의 중독 현상 이면에는 어린 시절 경험했던 부모의 애정결핍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엄마들, 특히 젊은 엄마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너무 많은 애정이 너무 적은 애정만큼이나 아이에게 독이 된다는 사실이다. 지하철에서 악을 쓰고 식당에서 자기 집 마당인 양 마구 뛰노는 ‘기고만장’한 아이들은 사실상 자신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이 기고만장한들 그 기는 엄마에게나 통하는 어리광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치마폭을 넘어서면 금세 수그러들 테니 말이다. 조그만 선택에도 안절부절못하고 어른의 눈치를 살피며, 심지어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보살핌이나 지원 없이는 홀로 서지 못하는 애어른으로 자녀를 키웠다면, 안된 얘기지만 전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버릇없고 이기적인 아이들을 양산하는 것은 부모의 애정결핍이 아니라, 바로 맹목적 애정과잉이 빗어낸 비극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