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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내려

첫눈이 내려

진희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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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내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첫눈이 내려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8289227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5-11-20

책 소개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을 대상으로 소설을 써 온 진희 작가의 첫 청소년 장편소설로, 여고생들의 우정과 질투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 낸 이야기다. 작가는 자살, 임신, 소문 등 자칫 자극적이고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따듯한 이야기로 토닥토닥 위로하듯 녹여냈다.

목차

엘리베이터 / 10주 전 / 9주 전 / 8주 전 / 7주 전 / 6주 전 / 5주 전 / 4주 전 / 3주 전 / 2주 전 / 1주 전 / 어제 / 오늘 / 문자메시지

저자소개

진희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1년 장편동화 「엄지」로 MBC창작동화대상을 수상했고, 단편동화 「오늘은」으로 푸른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5년 단편청소년소설 「사과를 주세요」로 푸른문학상을 거듭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소설 『첫눈이 내려』 『데이트하자!』 『너를 읽는 순간』, 장편동화 『엄지』 『나만 그래요?』, 동화집 『김치 치즈 스마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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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지원”
“응?”
“소영이한테 말해 봐. 이상한 그 마음들에 관해서.”
“아빠, 그건 좀.”
“베스트 프렌드잖아. 그런 친구하고는 마음껏 솔직해져도 괜찮아.”
베스트 프렌드. 언젠가 소영이도 장난처럼 내게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있다. 그때 난 웃음으로 넘겼지만, 조금 무거웠다. 베스트. 그 말의 무게를 견딜 만큼 나는 충분히 깊지 않은가 보다. 특히 소영이에게는.
“넌 아냐?”
“베스트 프렌드?”
“그래.”
“모르겠어, 아빠.”
“모르겠다는 건 아님 쪽인데?”
“그런 거야?”
자신 없이 되묻고 나니 풀이 죽었다. 소영이에게 미안했다.
“지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원래 서로의 마음 분량을 정확히 수평으로 맞추기가 어려운 법이야. 수평을 이루지 못 했다고 해서 미안해하거나 주눅 들 필요는 없어. 그럴 땐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거든.”


나로 말하자면, 거짓말보다 더 나쁜 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떠벌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그 애, 연주 일 때도 그랬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둥둥 먹구름처럼 퍼져서 결국 내 머리 위로 폭우가 쏟아졌다.
어어, 하는 사이 왕따의 적극적인 주동자가 되어 버렸는데도 나는 완강하게 부인하지 못했다. 내게로 밀려드는 도도한 흐름이 어처구니가 없어서였기도 했지만, 죽음을 선택하려 했던 그 애 앞에서 내 변명은 하찮은 핑계로만 느껴져서이기도 했다.
베이비박스 앞에 나타났던 여학생이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
그건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뿐. 앞뒤 사연들에 관해서는 하나도 아는 바 없다. 지원이가 넘겨짚었던 생각이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설혹 맞다고 해도 지원이에게 그걸 널리 퍼뜨릴 권리는 없는 것이다.


오늘, 아빠의 사과가 나를 따뜻이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결코 네 잘못만은 아니라고 다독여 주는 것 같았다. 평생 지고 가야 할 죄책감이라는 무거운 굴레를 아빠가 나누어 져 주는 것만 같았다.
어디에서 살건, 이젠 억울함 없이 찬찬히 견뎌 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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