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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74744427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10-01-28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잠깐 기다려 봐. 제발 아직 가지 마, 페르민 기다려. 네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 한 말이 아니야. 내게 화내지 마. 아직 시간이 일러. 제발, 가지 마. 네가 들려주고 싶은 다른 이야기를 해 봐. 다신 네가 하는 말을 가로막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그 뒤에 일어났던 이야기를 해 줘. 강이 불어나 넘쳤는지. 아니면 그런 상태로 계속 흘렀는지, 너무 짙어 모든 것을 지워 버렸던 안개가 다시 걷혔는지 지금은 네가 자유로워졌는지……. 난…… 알고 싶단 말이야……. 페르민, 페르민……, 어디로 간 거야…….”
안토니오는 평소대로 불을 켰고, 서글프게도 페르민의 침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페르민이 이곳 감화원에 있는 동안 자유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는 걸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을 벗어나 자유를 얻은 페르민이 그 단어를 말하고 있었다. 안토니오는 그걸 오랫동안 생각해 보았다.
수감되어 있었을 때 자유를 열망해야 말이 되지 않나? 이곳에서 자유를 열망했다면 페르민은 왜 그 말을 하지 않았던 걸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지만, 납득할 만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원장님이 넌 탈출하기를 좋아한다고 말씀하셨어. 이유가 뭐야?”
“난 담장 건너편에서 사는 게 더 좋아.”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넌 바보 멍텅구리 같은데.”
“바보 멍텅구리라고?”
페드로는 놀라워했다.
“내게 붙여주는 새 이름이야? 그런데 어째서 내가 바보 멍텅구리야?”
“탈출하고 싶어 하니까. 여긴 그럭저럭 괜찮아. 우리한테 다 있잖아. 담장 건너편에서……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페드로는 고개를 저었다.
“넌 이해 못 할 거야.”
그리고 안토니오에게 다시 말했다.
“그럼 넌 이런 데서 평생 보내. 텔레비전에서 본 호랑이 기억나지? 너 그 호랑이 같아. 넌 겁쟁이가 되어 버렸어. 닭 한 마리에도 무서워서 벌벌떠는 겁쟁이 호랑이.”
그들은 자신들의 소지품이 든 가방과 옷 옆에 나란히 앉았다. 바다에서 부는 부드러운 해풍이 그들의 얼굴을 간질이고 그들의 머리칼을 살랑살랑 헝클어 뜨렸다. 저 멀리서 지중해를 횡단하는 초대형 유람선이 떠가고, 그들의 머리 위로 소형 비행기 한 대가 광고문구가 실린 플래카드를 매달고 지나갔다.
“이게 인생이야”
식상한 문구를 들먹이며 페드로가 탄성을 질렀다.
“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