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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와 폭력

사르트르와 폭력

(사르트르의 철학과 문학에 나타난 폭력의 얼굴들)

변광배 (지은이)
  |  
그린비
2020-11-20
  |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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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제목 : 사르트르와 폭력 (사르트르의 철학과 문학에 나타난 폭력의 얼굴들)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프랑스문학
ISBN : 9788976826428
쪽수 : 720쪽

책 소개

폭력이라는 키워드로 읽는 사르트르의 철학과 문학. 전기와 후기를 대표하는 저서인 『존재와 무』와 『변증법적 이성비판』을 통해 폭력의 기원을 탐사한 뒤, 사르트르의 소설과 극작품에 드러나는 다양한 현상과 인간관계를 분석한다.

한 권으로 읽는 사르트르의 철학과 문학,
“자유의 철학자”는 왜 “폭력의 철학자”가 되었는가?

20세기를 자신의 세기로 만든 철학자 사르트르, 자유의 철학자라 불리는 그에게 ‘폭력’이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사르트르와 폭력』은 폭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사르트르의 철학 사상과 문학세계 전반을 탐사한다. 사르트르가 낯선 독자들에게는 철학자이자 문학가인 사르트르의 사유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사르트르와 젊은 시절을 함께한 독자들에게는 우리가 몰랐던 폭력의 철학자 사르트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사르트르가 정의하는 폭력의 기원, 사르트르의 문학작품에 담긴 폭력에 대한 분석, 사르트르의 글쓰기 이론에서 찾는 대안 모색 등이 그것이다. 폭력의 기원 문제는 사르트르의 전기와 후기 사상을 대표하는 『존재와 무』와 『변증법적 이성비판』을 통해 조망된다. 두 권의 저서를 통해 각각 폭력의 기원에 대한 존재론적 관점과 인간학적 관점이 검토된다. 다음으로 사르트르의 소설과 극작품에 나타난 다양한 폭력 현상이 분석된다. 여기서 폭력은 그것이 행사되는 방향에 따라 타자에 대한 폭력과 자기에 대한 폭력으로 구분된다. 마지막으로, 폭력에 대한 대안으로 언어적 대항폭력, 즉 ‘글쓰기-문학’이 제시된다. 사르트르는 이따금 ‘폭력’에 대한 대안으로 ‘폭력’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는 인간들의 완벽한 상호주체성에 입각한 비폭력적 대안을 목표로 하며, 이는 ‘작가-독자’의 관계가 바탕이 되고 미학과 윤리가 결합한 ‘의사소통적 윤리 모델’로 이어진다.

나를 사물로 만드는 누군가의 시선,
타인이라는 지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단편 「벽」의 주인공 파블로는 감옥 안에서 시선의 폭력을 경험한다. 동료인 톰, 후안과 함께 사형선고를 받은 그는 감옥을 방문한 의사에 의해 철저히 객체화된다. 의사는 그들을 응시하고, 그들의 신체를 검사하고, 그들의 상태를 수첩에 기록하면서 파블로와 동료들을 하나의 사물로 만들어 버린다. 파블로는 자신을 향한 시선에 저항하려 하지만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그의 몸은 이미 의사의 공격에 노출된 상태다.

이처럼 사르트르의 문학작품에는 시선에 대한 언급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타인은 ‘나를 바라보는 자’이고, 타인이 지옥인 이유도 시선을 통해 나를 객체화시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느 지도자의 유년 시절」의 뤼시앵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베르제르를 증오하고, 『무덤 없는 주검』의 대독협력자들은 자신들의 죄를 알고 있는 마키단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이처럼 타인을 제거하려는 인물들조차도 타인이 갖고 있는 자신의 이미지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타인이 죽음 속으로 사라질지언정 나를 바라본 타인의 시선은 영원히 비밀 속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우리는 자신의 존재실현을 위해 타인의 시선을 갈망하기도 한다. 사물은 스스로에 대한 인식 없이 그 자체로 존재한다. 반면에 인간은 스스로에 대해 인식하는 존재이다. ‘나에 대한 인식’과 ‘나라는 존재 자체’가 불일치할 때 인간은 실존의 불안을 겪는다. 여기서 나의 존재를 보증해 줄 타인의 시선에 대한 갈망이 생겨난다. 『알토나의 유폐자들』의 요한나는 배우로서의 화려한 시절이 끝나자 자신의 존재이유를 잃어버린다. 『철들 무렵』의 다니엘은 자신을 악인으로 여기며, 그러한 자기 자신에 대한 이미지와 타인의 평가를 일치시키기 위해 악행을 저지른다. 타자는 나를 사물로 만드는 지옥인 동시에 나의 존재근거를 담보해 줄 수 있는 보증인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우리의 인간관계가 이러한 타자의 상반된 지위로부터 출발한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서로를 객체화시키는 시선이 아닌 서로의 자유가 인정받는 방식으로 각자의 존재근거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집단과 공동체를 유지하는 맹세,
“여러분이 나를 살해하는 걸 허락합니다”


『무덤 없는 주검』에서 감옥에 갇힌 마키단원들은 리더인 장이 숨은 곳을 발설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대독협력자들이 가하는 온갖 폭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원 중 한 사람이 장의 위치를 말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자 그들은 혼란에 빠진다. 한 개인의 의사를 존중할 것인가, 아니면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일원 중 한 명을 제거해야 하는가?

사르트르는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서약이라고 말한다. 내가 집단을 배신한다면 나를 살해해도 좋다는 서약, 그러나 반대로 당신이 집단을 배신한다면 우리가 당신을 살해할 것이라는 서약은 우리의 공동체를 유지하는 공포와 폭력에 해당한다. 이렇듯 사르트르는 폭력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 결국 우리에게 폭력을 가하는 상황에 주목한다. 앞서 살펴본 『무덤 없는 주검』에서 마키단원들은 대독협력자들이라는 적에 맞서기 위해 자신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용인한다. 또 『더러운 손』의 위고는 당의 미래를 위해 당의 서기인 외드레르를 암살하려 한다. 그리고 당에게 버림받은 이후에는 당의 존속을 위해 자신의 범죄동기에 대하여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런 집단 내의 공포와 폭력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었다. 공동의 목표와 신뢰가 없는 개인들은 경쟁에 지배당하는 ‘집렬체’에 불과하다. 그들 사이에는 어떤 유대감도 없으며, 외부의 압제와 공격에도 무기력하다. 결국 그들은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또 다른 폭력을 불러온다. 『파리 떼』의 아르고스 주민들은 죄책감을 잊기 위해 ‘죽은 자들의 축제’를 벌인다. 이 축제는 르네 지라르가 이야기한 ‘희생제의’의 성격을 띠며, 다른 한편으로는 주민들에게 거대한 공포를 안겨 준다. 사르트르는 이런 폭력이 의도하는 것이 바로 집단 구성원들 사이의 완벽한 의사소통이라고 이야기한다. 구성원은 자유의지를 통해 서약을 함으로써, 집단의 의지와 자신의 의지를 일치시킨다. 나를 살해하는 타자의 행동은 곧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려 했던 나의 의지이기도 한 것이다.

‘작가-독자’의 관계에서 찾아낸 소통의 윤리

그렇다면 폭력이 없는 상호인정과 의사소통은 불가능한가? 폭력은 오로지 대항폭력으로서만 극복할 수 있는 것인가? 사르트르는 작가와 독자의 관계에서 폭력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한다. 작가에게 쓰기 행위란 자신과 세계를 드러내는 행위이다. 즉 작가의 쓰기 행위는 그의 자유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한편 독자는 독서 행위를 통해 작가의 작품에 객체성을 부여한다. 이는 작가의 존재근거를 마련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독자의 역할은 작가의 의도에 종속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작가의 쓰기 행위가 독자의 요구에 응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는 작가의 작품에서 그 자신의 이미지와 그가 속한 집단의 이미지를 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가와 독자는 자신들의 존재를 정당화하며, 작품의 탄생이라는 공동 과업에 참여한다. 사르트르가 의도했던 완벽한 상호주체성이 출현하는 순간이다.

사르트르에게 있어 폭력의 문제는 서로의 존재근거를 확보하는 문제이자 서로의 자유를 인정하는 문제였다. 개인의 자유가 사라진 상태, 혹은 의사소통이 차단된 상태가 곧 폭력이 지배하는 상태라는 걸 고려하면 이는 당연한 결론이다. ‘폭력의 세기’로 일컬어지는 20세기를 자신의 세기로 만들었던 철학자, 소설가, 극작가 사르트르의 저서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은 우리의 지난 시간을 정리하며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한 준비과정이 될 것이다.

목차

서론 11
1. 문제의 제기 11 | 2. 라 로셸에서의 체류 14 | 3. 의사소통적 윤리모델 22 | 4. 방법론과 구성 38

1부 사르트르의 관점에서 본 폭력의 기원과 정의 43

1장_폭력의 기원에 대한 존재론적 관점 46

‘신’이 되고자 하는 욕망 46
‘백지 상태’로서의 인간 46 | ‘신’이 되고자 하는 실현 불가능한 욕망 47

타자, 존재의 제3영역 54
시선 54 | 타자의 상반된 지위 57

타자와의 구체적 관계들 66
제1태도와 사랑, 언어, 마조히즘 66 | 제2태도와 무관심, 성적 욕망, 사디즘, 증오 79

2장_폭력의 기원에 대한 인간학적 관점 100

욕구에서 폭력으로 100
욕구에서 실천으로 100 | 다수의 인간들과 희소성 108

실천적-타성태: 가공된 물질의 ‘반(反)실천적’ 특징 114
가공된 물질과 물질적 인간의 사회성 114 | 물질적 인간과 가공된 물질과의 관계 118 | ‘계급-존재’의 물질성 127

집렬체: 실천적-타성태의 일상성 133
버스 승객들의 예 133 | 직접적 군집과 간접적 군집 140 | 계급의 이중 지위 153

집렬체에서 융화집단으로 162
묵시록적 순간 162 | 이중의 매개 173 | 공포, 희망, 자유 및 폭력 179

융화집단에서 서약집단으로 185
서약 185 | 공포와 형제애 193

조직화된 집단과 제도화된 집단 200
서약집단에서 조직화된 집단으로 200 | 조직화된 집단에서 제도화된 집단으로 204

3장_폭력에 대한 사르트르의 정의 226

폭력에 대한 정의의 일반 문제 226
난점들 226

폭력의 기본 구성요소들 233
폭력의 일차적 의미 233 | 폭력의 네 가지 구성요소 234

폭력에 대한 다양한 정의 251
정의들 251 | 사르트르의 정의 258

2부 팡데모니움 또는 악의 소굴: 폭력이 난무하는 사르트르의 문학 세계 263

1장_타자에 대한 폭력 266

낙태 또는 생명 선택의 권리 266
낙태방지법 266 | 불발로 끝난 낙태 271 | 기존폭력에 대한 폭력 311

억압적인 아버지들 317
아버지의 상반된 지위 317 | 그 아버지의 그 자식(들) 322 | 제2의 아버지 421

시선에 의한 객체화와 절도 439
시선에 의한 객체화 439 | 절도 465

사디즘 476
빗나간 사디즘 476 | 성적 사디즘 483 | 불발로 끝난 사디즘 490

살인 517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살인 517 | 오레스테스의 살인 521

2장_자기에 대한 폭력 542

마조히즘 542
존재론적 힘의 불균형 542 | 마조히즘의 사례들 544

자살적 타살 567
공포와 동지애 567 | 소르비에의 강요된 자살 568 | 프랑수아의 죽음 573 | 자살적 타살의 또 다른 경우 588

3부 폭력에 대한 대안: 의사소통적 윤리모델로서의‘작가-독자’ 관계 599

쓰기 행위 또는 대항폭력 602
순수폭력에 대한 두 가지 대안 602 | 상호보완적 경쟁관계 606

작가와 독자의 공동 행진을 향하여 609
쓰기 행위의 동기 609 | 이중의 환원: ‘함-가짐’과 ‘가짐-있음’ 618

작가와 독자의 공동 행진 632
작가의 불가능한 구원 632 | 쓰기 행위와 읽기 행위의 결합 640 | 독자의 자유에 대한 호소로서의 쓰기 행위 651

결론 677
저자 후기 693
참고문헌 699

저자소개

변광배    저자정보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프랑스 몽펠리에3대학에서 20세기 철학자, 작가 사르트르 연구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네르바 교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존재와 무: 자유를 향한 실존적 탐색』,?『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읽기』,?『제2의 성: 여성학 백과사전』, 『사르트르의 미학』(공저),?『카페 사르트르』(공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사르트르 평전』,?『프랑스 인류학의 아버지,?마르셀 모스』,?『변증법적 이성비판』(공역),?『레비나스 평전』(공역) 등이 있다.

책속에서

내가 타자를 살해하면서 그의 자유를 제거한다고 해도 그가 이 세계에 존재했다는 흔적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게다가 내가 타자에 의해 응시당하면서 나의 존재에서 소외를 경험했다면, 설사 그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해도 나는 그에게 한번 존재했던 모습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나의 대타존재는 만회 불가능한 차원에 속하게 된다. 타자는 자신의 죽음과 더불어 나의 존재에 관련된 비밀의 열쇠를 무덤 속으로 가져가고, 따라서 현재와 미래에서 나를 수정 불가능한 객체로 구성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내가 타자에게 존재했던 모습은, 타자의 완전한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그의 자유에 의해 ‘감염되어’ 있으며, 나는 결코 이것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프란츠의 미래는 이처럼 출생 이전부터 결정되어 있다. 아버지는 그에게 벌써 이름, 임무, 성격, 운명을 마련해 준 것이다. 한마디로 프란츠는 아버지에 의해 지도자가 되게끔 선택되었다. 프란츠는 “아버지의 삶을 반복해야 할 위임장”을 받은 것이다. 프란츠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한다면,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주 끔찍한 명령을 내리는 기계가 될 참이다. … 하지만 아버지는 끝까지 프란츠를 그 자신의 대의명분, 운명으로 만드는 데 실패하고 만다. 곧 보겠지만 그들의 최종 선택은 동반 자살이다. 두 사람은 함께 레니의 포르셰를 타고 함부르크로 가는 길에 위치한 토이펠스브뤼케강으로 뛰어들고 만다.


사르트르에게서 출생과 마찬가지로 죽음은 우연적 사실에 속한다. 하지만 인간의 출생이 스스로를 만들어 가는 가능성의 출현이라면, 죽음은 자기비판과 자기변신 능력의 완전한 사라짐이다. 인간이 살아 있다면 그의 삶은 유예 상태에 있게 된다. 항상 미결정이고, 따라서 오랜 기다림이다. 하지만 죽음과 더불어 그는 외부를 가지면서 객체로 굳어지게 된다. 그의 삶은 완전히 닫히게 된다. 죽으면서 그는 자기 뒤에 그 자신이었던 모든 것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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