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비늘

작가의 말

금반지
황금 비늘
진주조개잡이
그물
칼자국
거인의 방
그 새는 어디로 갔을까
즐거운 초상
붉은 섬

발문_스러지는 형적을 담다_안학수

연휴에 밤낚시라도 다녀올까 했지만 그것도 진주조개 껍데기를 만질 때의 얘기였다. 일 년에 한두 번, 행복했던 추억일 뿐이었다. 하루 쉬어야 못질이든 톱질이든 제대로 먹이죠. 2층 계단을 내려가면서 작별 인사를 대신해 헛헛한 웃음을 뿌린 것도 두 번 다시 실직자로 나자빠질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일 터였다. 계단 위에서, 계단 아래에서 나뭇잎처럼 나부끼던 손. 흔들리는 누군가의 손끝에선가 알싸하게 번지던 냄비 타는 냄새. 객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는 인연이, 그 핏줄 같은 인연의 끈이 시나브로 끊어질 듯한 두려움. 그것은 낡은 아파트의 외벽처럼 죽죽 갈라 터진 삶의 균열이었다. 그 균열의 한 줄기를 목도하듯, 영복은 잠든 아내를 곁눈질하면서 내내 가슴이 무거웠다.
－「진주조개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