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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창창

별빛 창창

(2024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선정도서)

설재인 (지은이)
밝은세상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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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창창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별빛 창창 (2024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선정도서)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4374713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4-01-17

책 소개

세상에 짓눌려 뭉개질지라도 끝내 삶을 찾아 나아가는 소란과 다정함. 글쓰기가 예술이 아닌 노동이자 삶 자체인 작가 설재인 신작 장편소설. “너는 우리가 온전히 뭉개지지 않고 이 시간을 통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목차

1부
2부
3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설재인 (지은이)    정보 더보기
말을 최대한 줄인 채 사람을 염탐하는 몹시 음침한 사람. 2019년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 『사뭇 강펀치』 『월영시장』 『드롭, 드롭, 드롭』 장편소설 『세 모양의 마음』 『붉은 마스크』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우리의 질량』 『강한 견해』 『내가 너에게 가면』 『딜리트』 『범람주의보』 『캠프파이어』 『소녀들은 참지 않아』 『별빛 창창』 『그 변기의 역학』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정성다함 생기부 수정단』 『우연이 아니었다』 『뱅상 식탁』 『드림 라운드』 『열일곱의 사계』 경장편소설 『레드불 스파』,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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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용과 호랑이는 내 태몽에 등장한 녀석들이다. 어느 어두운 산을 혼자 헤매던 엄마가 커다란 호랑이에게 마구 쫓기기 시작했다. 엄마는 마침내 어딘가 툭 튀어나와 있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졌고 그 위를 호랑이가 덮쳤다고 했다. 잡아먹히려나 보다, 하고 엄마가 관세음보살을 외치며 눈을 질끈 감았는데 호랑이는 엄마를 물어뜯는 대신 커다란 고추를 엄마의 아랫도리로 집어넣었다. 이 얘길 나는 열 살 때 엄마에게 직접 들었고 처음으로 남자의 고추가 여자의 어디에 들어가는지 알게 되었다.

참 대단하신 성교육이 아닐 수 없다.

호랑이의 고추는 크기가 팔뚝만 했고 뜨겁게 절절 끓었다. 엄마는 소리를 지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지개 같은 게 선명히 보여서 오르가슴을 제대로 느끼면 저런 것도 보이는구나, 내가 지금껏 남자들이랑 했던 건 다 애들 장난이었어, 하고 할렐루야 감탄했단다. 그러더니 이번엔 그 무지개가 꿀렁꿀렁 움직이더란다. 자세히 보니 무지개가 아니라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비늘로 온몸을 감싼 용이었다. 그 용이 수염을 휘날리며 내려와 엄마와 호랑이의 주위를 뱅뱅 돌았다. 그랬더니 합체한 엄마와 호랑이가 둥실둥실 떠올랐다. 용이 그 아래위를 호위하듯 긴 몸으로 감쌌다나 어쨌다나.

그래서 환장하게도 내 이름은 곽용호가 되었다.


나는 엄마와 딸이 서로를 사랑해 안달하는 서사들만 보면 그렇게 환멸이 났다. 일단 친구처럼 지내는 모녀는 쳐다보기도 싫었다.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눈물을 줄줄 흘리는 사람들도 이해 가지 않았고, 서로 죽이니 마니 하면서 싸우다가도 제 아이 낳고서는 우리 엄마에게도 나처럼 예쁠 나이가 있었다며 갑자기 착해지는 이야기는 가장 최악이었다. 싸우려면 일관성 있게 가지 왜 이랬다저랬다 하는가. 어리고 약했던 내 인생을 그토록 힘들게 만든 힘 센 원수를 어찌 그리 쉽게 용서할 수 있는가.

내가 겪어온 어린 시절을 떠들어대며 공감을 요구하려고 시도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편을 들어주는 척하다가도 슬쩍 방향을 틀었다.

“그래도 어머니가 일하면서 혼자 키우셨잖아. 얼마나 힘이 드셨겠어. 게다가….”

그들에게는 ‘게다가’의 다음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

“게다가 얼마나 좋아, 돈도 잘 버시는데. 너는 어머니 덕에 먹고살 걱정 없잖아?”


나는 평생을 엄마와 비교당하며 살아야 했다. 곽용호.

이름 세 글자 말고는 아무런 색채가 없는 아이. 무기력한 존재. 회백색 먼지가 가득 내려앉은 캔버스 위의 엉성한 습작 스케치 같은 사람. 성격이 밝지도 않고 외모에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며 공부는 그냥저냥이고 그 어느 것에도 뾰족한 재능이 없는.

“너희 어머니가 곽문영 작가님이라면서? 선생님이 그 왜, 그 작품 진짜 좋아했는데! 있잖아, 그….”

학년 초 첫 상담 때마다 담임들이 하는 멘트는 하나같이 똑같았다. ‘그럼 용호도 학교생활 기대할게. 어머니 닮아서 잘하겠지!’라는 마무리도. 실망 역시 반복했다.

쟤 엄마는 그렇게 대단한데 쟤는 애가 영 야무지지도 못하고 능력도… 어떻게 저렇게 평범하지? 하고 교무실에 앉아 수군대면서.

그런 말을 나는 엄마에게 털어놓지 못했다. 엄마가 하루 종일 생각하는 것은 자기 작업뿐이니까. 하루 열다섯 시간 일하는 엄마를 방해해선 안 되는 게 내가 모녀 관계에서 배운 첫 번째 생존 방법이니까.

나는 지긋지긋했다. 나중엔 내 존재, 내 이름 석 자조차 그저 엄마의 특별한 존재와 서사를 쌓아 올리는 도구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의아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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