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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은밀한 취향

신사의 은밀한 취향

박수정 (지은이)
로담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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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은밀한 취향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신사의 은밀한 취향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7253692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13-01-30

책 소개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가 지어다 준 보약이 평생의 한이 되고 만 윤수지. 꿈에 그리던 회사의 인턴에 합격해서 일하던 어느 날, 하늘같은 사장님께 물벼락을 끼얹고 말았다. 그날부터 사장님은 매일같이 말도 안 되는 문제를 내며 틀릴 때마다 키스를 하는데…

저자소개

박수정 (지은이)    정보 더보기
로맨스소설 작가. 2007년 장편소설 《사랑 정비 중》으로 데뷔했다. 현재까지 《위험한 신혼부부》, 《미로》, 《젖과 꿀과 아가씨》, 《어린 상사》 등 27종의 전자책과 종이책을 출간하였고, 그중 <위험한 신입사원>, <신부가 필요해>, <좋아하게 될 거야> 등 10여 종이 웹툰으로 만들어졌다. 《놀아주는 여자》는 JTBC 드라마로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펼치기

책속에서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고개를 들자 사장은 왠지 얼떨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날 만나러 왔다고요?”
“네. 어제 일도 사과드릴 겸 꼭 뵙고 싶어 왔습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 주세요.”
수지는 속으로 엄청나게 긴장했으나 씩씩해 보이려고 애를 썼다.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사장은 그렇게 말하고 따라오라는 듯이 돌아섰다. 비서들 중 하나가 일깨워주듯이 말했다.
“사장님, 이제 곧 약속하신 손님 만나러 내려가셔야 합니다.”
하지만 사장은 딱 잘라 말했다.
“기다리라고 해요.”
수지는 벌벌 떨면서 사장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눈앞에 푹신해 뵈는 가죽 소파가 들어왔으나 앉으라는 말이 있기 전에 멋대로 앉을 수야 없다. 수지를 그대로 세워둔 채 사장은 도로 수지의 뒤로 돌아가더니 사장실 문을 걸어 잠갔다.
문은 왜 잠그지?
수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보고 있는 가운데 사장은 몇 번이고 문손잡이를 잡고 흔들어 단단히 잠긴 것까지 확인하고서야 돌아섰다. 눈이 마주친 순간, 사장은 성큼성큼 수지에게로 다가왔다. 수지는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 불안함에 가슴이 막 두근두근했다. 설마 문 걸어 잠가 놓고 두들겨 패려는 거야 아니겠지!
이윽고 고개를 푹 숙인 수지의 시야에 사장의 구두 앞코가 들어왔다. 이거 너무 가까운데, 하고 생각하자마자 허리를 단단히 끌어 안겼다. 기겁을 해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술을 빼앗겼다.
“…….”
머릿속이 하얘진다고 하는 표현을 수지는 실감했다. 사고가 그대로 멈춰버린 느낌이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그러나 수지가 고장 난 로봇처럼 굳어져 있는 그 동안에도 사장은 수지의 입술을 마음껏 탐하고 있었다. 닿았다 떨어지는 단순한 입맞춤이 아닌, 굶주린 듯한 키스였다. 저기요, 잠깐만, 하고 말하려 했으나 입이 열리자마자 혀가 침범해 왔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산소결핍에 머릿속이 멍해졌을 때쯤에야 입술은 아쉬운 듯이 멀어졌다. 긴 속눈썹에 감싸인 검은 눈동자가 수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윽고 촉촉하게 젖은 입술에서 터무니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와줘서 고마워요. 안 왔으면 이따 내가 내려가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개소리야!
꼭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장의 팔은 수지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은 채였다.
“이따 같이 퇴근할까요?”
귓가에 닿아오는 뜨거운 속삭임에 그제야 수지는 퍼뜩 정신을 되찾았다.
3.2.1.
“어어억!”
수지는 괴성과 함께 정원의 가슴팍을 힘껏 밀쳐냈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 처하면 괴력을 발휘한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그리고 뒷걸음질로 눈 깜짝할 사이에 몇 미터나 떨어졌다. 아마 올림픽 종목에 뒷걸음질 치기 경보 같은 게 있었으면 금메달은 따 논 당상이다.
“왜 그래요?”
정원이 당황한 듯이 물었다.
“사, 사장님이야말로 무, 무, 무슨 짓을!”
수지는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는 입술을 겨우 놀려 항의하려 했다.
“왜요, 뭐 잘못됐습니까?”
정원이 너무 당연한 듯이 되묻는 바람에 수지는 아주 잠깐 고민했다. 원래 사장이 인턴을 만나면 인사 대신 프렌치 키스를 하는 게 이 회사 룰인가? 하지만 그렇다면 인턴 경쟁률이 겨우 백대 일밖에 안 되진 않았을 텐데.
멘탈 붕괴 직전에 놓인 수지에게, 사장은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를 했다.
“당황스럽게 만들었다면 미안합니다. 그냥 난 수지 씨가 날 만나러 와 준 게 너무 기뻐서.”
말이 미묘하게 틀렸다. 수지는 그 부분을 지적했다.
“전 만나러 온 게 아니고 사과드리러 온 겁니다만.”
“무슨 사과?”
“어제 사장님께 물 끼얹은 것 때문에요.”
“날 만나고 싶어서 온 게 아니고?”
“예.”
“이런.”
정원의 잘 생긴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는 책상 귀퉁이에 걸터앉아 이마를 찌푸리며 뭔가를 생각하듯 관자놀이에 손을 얹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후 손을 내리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내가 잠시 착각했네요.”
수지는 진짜로 어이가 없어졌다. 대체 뭘 어떻게 착각을 하면 다짜고짜 키스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순간적으로 내가 김태희로 보이기라도 했단 말인가? 총 맞았나? 아니면 뽕 맞았나?
그래 뭐 저쪽은 착각이라 치자. 하지만 이쪽은 첫 키스였단 말이다. 장장 이십오 년 간 (타의에 의해) 고이 지켜온, 금쪽같은 첫 키스. 남들은 귓가에 뎅뎅 종소리가 울린다는 그 첫 키스를 하는데, 종소리는 못 들을망정 개소리나 듣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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