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외국 역사소설
· ISBN : 9788998853143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14-10-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미노의 늙은 살무사
바보 소년
바보의 독립
살무사의 애정
싸움과 전쟁
아군은 살무사 한 마리
불구덩이
살무사 간신히 목숨만 건지다
살무사 패하다
살무사의 죽음 후
최악의 순간
바보를 우습게 본 사람들
가짜 편지
오케하자마 전투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마사히데는 삼형제를 불러 사정을 듣고 그 심중을 물었다.
“그 모든 일이 고작 말 한 마리 때문에 일어났단 말이냐?”
마사히데는 탄식했다.
“두 동생은 몰라도 고로우에몬 너는 이미 성인인데, 어찌 이런 감정적인 결정을 내리려 했단 말이냐. 너희 아비가 노부나가 공을 위해 잠자는 순간까지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충신이란 사실을 잊은 게냐.”
가장 아픈 부분일 텐데도 고로우에몬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조금도 동요하는 빛이 없다. 그리고 천천히 대답했다.
“아버지가 노부나가 공의 각별한 충신이기 때문에 더더욱 저희가 결심을 굳힌 것입니다. 군주가 군주답지 못하면 신하도 신하답지 못하다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노부나가 공을 얼마나 아끼시는지, 가문 안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가 없을 정도로 특별하고 유일한 공신이란 것은 세 살 동자도 다 알 것입니다. 저희는 그런 아버지의 자식들입니다. 유일무이한 충신의 가족에게 이런 무자비한 장난질을 할 정도니 그 주군의 됨됨이가 얼마나 바닥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주군을 모신다는 것은 오다 가문이 망하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버지의 아들이기 때문에 더욱 이 바보를 제거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공허한 논리다. 인간의 분쟁은 작은 감정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대의명분을 내세울 만큼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이 모든 일의 발단은 한 마리의 말이었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말을 단순히 신하가 거부해서가 아니라, 그 거부의 말이 비아냥거림을 담은 말이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말이 농담 같은 비아냥거림이었다면 그냥 흘려들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노부나가라는 인간을 부정하는 말이었다.
노부나가처럼 자부심이 강한 자에게는 그의 진가를 부정하는 말, 뼈가 들은 말만큼 가슴에 깊이 상처가 되는 것은 없다. 아마 노부나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의 아버지는 둘도 없는 충신이다. 그 아들인 네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 아니냐. 둘도 없는 충신의 아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 없는 것이거늘.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면 군주가 군주답지 못한 법이다.”
고로우에몬의 군신론은 이론상으로는 맞는 이야기 같이 들리지만 노부나가라는 인물을 놓고 하는 이야기라면 답할 길 없는 공허한 이론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공명정대한 마사히데라도 자기 자식에게는 관대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아들이지만 분별이 바르고 침착한 아이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경거망동하지 않는 바른 아이라 생각한 것이다. 마사히데는 충성심이 강한 신하로 바보 나리를 위해 아낌없이 모든 것을 후원했지만, 사실 근본적인 그의 마음속에서는 그 역시 노부나가를 충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