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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29410771
· 쪽수 : 1056쪽
· 출판일 : 2017-09-22
책 소개
목차
1권
Prologue
Chapter 1. 연애하자
Chapter 2. 관계의 변화
Chapter 3. 그녀를 둘러싼 것들
Chapter 4. 충돌
Chapter 5. 한 여자, 두 남자
Chapter 6. 사모님들
Chapter 7. 각자의 사정
Chapter 8. 질투
Chapter 9. VVIP
Chapter 10. MERRY CHRISTMAS
Chapter 11. 잊혀진 기억, 떠올린 추억
2권
Chapter 12. 뉴욕의 겨울 - 주한과 하라의 이야기
Chapter 13. Mr. Min
Chapter 14. 새로운 국면
Chapter 15. 누나와 동생
Chapter 16. 그녀의 어머니
Chapter 17. 루머
Chapter 18. 폭풍전야
Chapter 19. 희생양
Chapter 20. 반격의 시작
Chapter 21. 그가 사랑하는 법
Chapter 22. 너에게로 가는 길
Chapter 23. 그녀의 ‘봄’
Epilogue 1.
Epilogue 2.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뭐야, 이거?”
“뭐가?”
“너 남자 있어?”
“있으면 안 돼?”
재하는 망치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정신이 멍해지더니 뒤늦게 엄청난 배신감이 몰려왔다. 좀 더 세게 하라의 팔을 잡아당기자, 하라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아. 아파.”
“남자가 있다고?”
“아프다고, 이것부터 좀 놓고…….”
“똑바로 말해.”
“없어! 없어!”
하라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너무 허무하게 나온 대답에 재하는 맥이 풀렸다는 듯이 하라 손을 놔주었다. 진심으로 안도하는 모습에 하라는 기가 막혔다. 자기는 여자가 몇인데, 이게 어디서 조선 시대 꼰대 노릇인지 모르겠다.
“야. 깜짝 놀랐잖아.”
“나도 놀랐거든? 진짜 어제부터 왜 이래, 너?”
“그럼 그렇지. 연하라가 남자는 무슨…….”
“쫓겨날래?”
“씻으러 가겠습니다, 누님.”
재하는 바로 고개를 숙이고 화장실 쪽으로 몸을 틀었다. 하라는 또다시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주섬주섬 풀어 헤쳐진 머리를 제대로 틀어 올렸다. 냉장고를 열고 아침으로 먹을 게 있는지 확인하려는데, 등 뒤에서 또다시 재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진짜 누구 옷이야?”
“아오. 강재하!”
“야. 주인은 알고 입어야 할 거 아니야. 그것만 말……. 나이스 캐치.”
날아오는 수건을 멋지게 받아 내며, 재하는 결국 욕실로 들어갔다. 한 마디만 더 했다가는 진짜 쫓겨날 거 같았다. 하나하나 깔끔하게 정리된 욕실을 둘러보며 재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한테 샤워부터 하라니.
“아무 생각이 없지, 아무튼.”
어제 일이 선명히 생각나는 재하는 피식 웃었다. 저 포커페이스 연하라의 반응만으로는 하라가 어제 일을 기억하는지 못 하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눈치를 봐서 그것부터 물어야겠다 생각하며 재하는 잔뜩 구겨진 셔츠를 벗었다. 세탁 바구니로 보이는 통에 셔츠와 바지를 내려놓으며, 재하는 주인을 알 수 없는 옷을 노려보았다.
연하라 집에 있는 남자 옷이라니.
“이것부터 알아내야지.”
재하는 옷을 대충 던져두며, 샤워 부스의 문을 닫았다. 내심 하라가 준비한다는 아침밥이 기대됐다.
- 1권
“이거 좀 감동인데?”
- 마음에 들었으면 됐어.
재미없는 하라의 대답에도 재하는 얼굴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꽤나 오래 이어진 첫 본사 회의를 마치고 조금 지쳐서 들어오는데, 예상치도 못한 선물이 반겼다. 딱 보아도 연하라 스타일의 영전 축화였다. 엄청 비싸 보이는 옥 화분에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호접란.
재하는 무엇보다도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영전을 축하합니다.
- 당신의 피앙세.』
절대 절대 하라답지 않은, 낯간지러운 문구였다.
“어쩌지. 이거 평생 간직하고 싶은데.”
- 시들면 내가 가서 버려 줄게. 걱정 마.
부끄러워하는 하라 속이 뻔히 보여 재하는 혼자 웃었다. 이 간질간질한 기분. 진짜 연애하는 거 같다.
재하는 처음 앉는 새 의자에 몸을 편히 기대며 하라 목소리에 집중했다. 퉁명스러우면서 나긋나긋한 그 목소리가 그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 이대로 잠들 수 있을 정도로 온몸이 편안해졌다.
“좋다. 네 목소리 들으니까. 임원 회의는 어땠어? 태화호텔의 어마어마한 실적 보고 다들 한마디 안 해?”
- 안 해. 태화호텔 실적은 금기 사항이니까.
하라의 덤덤한 대답에 재하는 속으로 아차 했다. 이 따뜻한 분위기를 이어 가고 싶었는데, 아주 냉담한 소리가 단번에 깨 버렸다. 되게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태화그룹에서의 하라 위치가 어떤지 뻔히 알면서도 이런 걸 묻다니.
“미안, 내가 괜한 걸 물었네.”
- 괜찮아. 난 아무렇지도 않아.
“내가 안 괜찮아. 도대체 태화그룹 임원진들 중에 제대로 된 인물은 하나도 없는 거야? 긴 건 긴 거고 아닌 건 아니잖아? 임원들이 회장님께 그 정도 직언도 못 하면 그 연봉 받고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되지.”
- 열 내지 마. 그런다고 달라질 거 아무것도 없어.
재하는 순간 울컥했다.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덤덤해서 오히려 화가 나려 했다. 하라가 열심히 일하는 건 그녀의 실적이 증명해 주고 있었다. 그 불황 속에서도 홀로 매년 실적을 갱신하였고, 호텔 업계의 국제적인 수상도 많이 했다. 일단 주가가 그녀가 취임한 이래 30%나 뛰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런데도 그러한 그녀의 노력이 아무것도 아닌 취급당하는 것이 화났다. 그녀의 숱한 야근과 고생이, 고작 그녀가 연 회장의 전처의 딸이란 이유만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그 부조리한 사실이 너무도 화가 났다.
“달라지게 해 줄 수 있어.”
- ……어?
“너만 원한다면, 내가 달라지게 해 줄게. 네 위치. 네 지위. 네 권력. 네가 마땅히 가져야 할 것들 전부 다.”
-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