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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91130412283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14-04-25
책 소개
목차
토니오 크뢰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그렇다고 해서 이야깃거리가 전혀 없다든지, 내 나름대로 이것저것 겪은 바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고향에서, 내 고향 도시에서는 심지어 경찰에 체포될 뻔한 일까지 있었습니다…. 이 일에 관해서는 나중에 직접 얘기하겠습니다. 요즘 들어 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보다는 무엇인가 일반적인 것을 괜찮은 방식으로 말해 보고 싶은 날이 자주 있거든요.
리자베타, 언젠가 당신이 나를 가리켜 시민, 길을 잘못 든 시민이라고 말한 것을 아직 기억하겠지요? 당신이 나를 그렇게 이름 붙여 준 것은 내가 그전에 무심결에 해 버린 이런저런 고백들에 휩쓸려 ‘삶’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나의 사랑을 당신에게 고백했을 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당신의 그 말이 얼마나 진실에 부합하는지 당신은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나의 시민성과 ‘삶’에 대한 나의 사랑이 완전히 동일한 것이라는 걸 과연 당신은 알고 있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그 문제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나의 선친은 북쪽 기질을 갖고 계셨습니다. 청교도 정신에서 나온 명상적이고 철저하며 정확한 성품을 지녔고 곧잘 우수에 잠기기도 하셨지요. 반면에 나의 어머니는 불확실한 이국적 혈통을 물려받으셨고, 아름답고 관능적이며 순진하셨고, 동시에 조심성이 없었고 정열적이었으며 충동에 따라 분방하게 사는 분이셨습니다. 이런 두 분의 혼합인 내가 예사롭지 않은 가능성들 ―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위험성들 ― 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혼합에서 생겨난 것이 바로 예술의 세계 속으로 길을 잘못 든 시민, 훌륭한 가정교육에 대한 향수를 지닌 보헤미안,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예술가입니다. 정말이지 모든 예술성 속에서, 온갖 이례적인 것과 모든 천재성 속에서 나로 하여금 무엇인가 매우 모호한 것, 매우 불명예스러운 것, 매우 의심스러운 것을 꿰뚫어 보게 하는 것은 바로 이 시민적 양심입니다. 또한 나로 하여금 단순한 것, 진실한 것, 편하고 정상적인 것, 비천재적인 것, 단정한 것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등으로 가득 채워 주는 것도 바로 이 시민적 양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