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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8436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17-05-30
책 소개
목차
추적
모굴론
이계(異界)
신의 뜻
저자소개
책속에서
바라는 게 있었을 게 아닌가. 마나석이든, 뭐가 됐든 간에 그가 움직일 만한 무언가가 있었겠지.
엘의 말에 데미안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무 생각 없었는데?”
“장난하는 거 아니야.”
“나도 장난 아닌데.”
데미안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붉은 눈동자만큼은 웃고 있지 않았다.
“불안해?”
그가 물었다.
“뭐가.”
“불안하냐고, 너. 내가 왜 그랬는지 몰라서 불안해 하는 얼굴이잖아, 지금.”
데미안은 웃는 얼굴로 날카롭게 정곡을 찔렀다. 무서워? 대가 없는 게 무서워? 왜?
“나중에 뭘 가져갈지 모르니까?”
엘이 잠깐 멈칫했으나 찰나였다. 그럼에도 그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그걸 보니 그나마 거지같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데미안이 허리를 숙여 엘에게 다가갔다. 가까워진 거리에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럼 지금 말할게, 그 대가. 그래야 네가 안심할 테니까.”
아아, 역시 초식계는 초식곈가. 데미안이 중얼거렸다. 겁이 이렇게 많아서야.
“……그래.”
“네가 그 대가라는 말을 할 때마다.”
“…….”
“기분이 개 같아져서 말하는 것도 있어.”
참 유능하기도 하지, 우리 공작님은 아주 사람 기분을 들었다 놨다 해요. 아, 내가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가 봐. 데미안이 또 혼잣말을 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발랄하지 않았다. 붉은 눈동자가 엘을 내려다보았다. 왜소한 몸집에서 느끼지 못했던 위압감이 풍겼다.
“……웃어 봐.”
“……뭐?”
“웃어 봐. 그때 옛날에 나 보고 웃었던 것처럼. 그때 그 개미들 앞에서처럼.”
“장난…….”
엘이 짜증을 내며 뒤로 물러서려 했다. 그러나 데미안이 무서운 힘으로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장난 아니니까 웃어 봐.”
“…….”
“엘. 나보고 웃어 봐. ‘데미’라고 부르면서.”
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치가 이어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윽고 데미안이 양손을 들며 물러섰다. 다분히 연극적인 동작이었다.
“……공작님 뜻대로.”
“네가 원하는 걸 제대로 말해. 이런 식으로 사람 갖고 놀지…….”
“아직도 불안해?”
데미안이 엘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말문이 막힌 엘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럼 계속 불안해 해.”
“……데미안.”
“나는 네가 말하는 그 ‘대가’, 말했어. 못 믿는 건 너야.”
“…….”
데미안이 훌쩍 소파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그대로 걸어 나갔다. 달칵, 문이 열렸다 닫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