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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정원

그림자 정원

이정희 (지은이)
해드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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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정원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그림자 정원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6346067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4-12-27

책 소개

이정희 수필가의 『그림자 정원』은 자연과 가족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인간의 깊은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집이다. 정원을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어머니와 아들이 공유한 추억과 애정이 깃든 정서적 무대로 재탄생시켰다.

목차

서문 _4

1
그를 놓을 수 없는 이유 _12
그림자 정원 _21
기약 없는 외출 _29
남겨진 집 _39
내 생애 최대의 적 _46
두 번째 딸 _54

2
떨어진 잎 _66
영혼의 땅, 레옹 _71
벅벅벅 _78
봄의 전령사 _86
비 오는 날 _93
수월하게 가는 고향 _100

3
○○신경외과에서는 _112
아버지의 풍선 _120
율곡이 _127
은경이 _139
지팡이의 무게 _146
찻잔으로 빚은 지구촌 풍경 _154
첫물 찻잎 덖는 풍경 _162

4
코레일, 타임머신 타고 _172
템플스테이 _179
화려한 식사 _191
화해 _197
효자, 숙명의 릴레이 _207
베테랑 _216

저자소개

이정희 (지은이)    정보 더보기
· 2019년 순천문학 신인상 · 현, 순천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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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하늘에 양 떼 같은 구름이 무덤덤하게 떠 있다. 차가운 바람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비벼댄다. 서늘한 계절, 사방에는 을씨년스럽게 시체들로 즐비하다.
시체들은 바위에 투신하고 산천에 묻혔다. 물 따라 흘러 흘러 뭍에 다다른 시체들은 여기저기 수북하다. 수장을 당하거나 매장을 당하고 화장까지 당한다. 심지어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나는 한 곳에 모인 시체들의 무덤을 무명총이라 이름 지었다. 천지가 낙엽의 공동묘지다. 아직도 단풍의 혼불들은 어지러이 날아다닌다. 사람들은 그 무덤에 눕고 뒹굴며 낙엽의 넋을 기린다. 고성과 함께 날뛰며 야단법석이다. 띠를 이룬 사람으로 낙엽의 장례 행렬은 끝이 없다.
쇠심줄로 타고 난 칡덩굴도 쇠했다. 감나무에 기생하며 살았던 가시박 덩굴도 이미 흔적을 감추었다. 소나무에 안기어 채 오르지 못한 담쟁이도 야위어가고 있다. 메꽃 덩굴도 무궁화 나무 꼭대기까지 올랐으나 거기 까지다.
내가 애지중지 아끼던 로즈마리의 죽음은 타살이다.
얼기설기 만든 집에 로즈마리를 가두어 숨통을 끊어놓은 더덕 줄기도 끝내는 삶을 포기했다. 하지만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하객들의 환호 속에 우아하게 최후를 맞는 단풍들도 있다.
뜨거운 숨을 불태우는 가을 색이 찾아왔다.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갈아입는 빛깔의 향연이다. 세상이 단풍들의 찬란한 꽃 빛과 고혹적인 매력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눈에 다 담을 수 없이 넘치는 풍경들이다.
알밤 줍던 다람쥐가 바스락거리며 나무를 오른다. 나는 햇볕 드는 단풍나무 아래에 누웠다. 단풍의 고운 물색은 저절로 빛이나 몽환적이다.
낮에 뜬 화려한 별들이 은하계를 이루었다. 별들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에 쏟아지는 수정 가루는 눈을 멀게 할 정도다. 잠시 정신을 잃어도 좋을 만큼 환상적이고 경이롭다.
산과 들 거리마다 빼곡한 숨소리들로 부산하다. 태양이 가장 높이 떠있다. 이 순간만큼은 광채로 빛나는 삶인 것 같다. 옹골찬 에너지를 모아 농축된 단풍은 절정에 있다. 터부시되던 풀들까지도 곱디곱게 단장했다.
어느 화백이 물감을 풀어 신들린 듯 붓질한 추상화 같다. 다채롭고 변화무쌍한 단풍은 화려하지만 호사스럽지 않다. 마치 속되지 않고 탐락하지 않은 성인 같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추앙받는다.
_본문 ‘떨어진 잎’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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