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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606824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9-08-30
목차
1. 소년, 세상에 눈뜨다
마을 풍경
치알봉과 빨치산
감나무와 대나무
할아버지의 손
아버지와 어머니
무명 장사 유기홍 아저씨
내 동무 진돗개 진구
시골 초등학교의 추억
유래 깊은 사찰 관음사
모래찜질밭이 좋은 섬진강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그때 궁금했던 일 두 가지
활동사진 <독립협회와 청년 이승만>
4·19와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5·16 군사 쿠데타
2. 낭만의 에뜨랑제,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
소년,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다
광주고 친구들과 도서관
문학에 눈뜨다
지방 음악가 심대영
음악과의 인연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한일회담과 베트남 파병
나의 대학 생활
3선 개헌과 유신체제의 출발
기독교와 예수
문학 동아리 <수요문학>
공주 토박이 조동길 교수
전태일, 또는 선성장 후분배 정책
실존주의 철학과 문학
1500년 만에 빛을 보다, 무령왕릉
그녀와의 인연
3. 소설을 쓰며, 아이들을 가르치며
카투사에 가다
가르친다는 것
<신인문학> 활동
<천안문학>과의 인연
<백매문학> 결성과 문학지 「좋은 문학 좋은 동네」
<충남소설가협회>와 <충남문인협회> 활동
4. 보다 나은 삶을 향한 우리 시대의 항쟁
민청학련과 인혁당 사건
박정희 대통령의 사망
전두환 장군의 등장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비극
1987년 6월 민주항쟁
청천하늘에 날벼락 IMF 사태
5. 그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한국인의 신분 상승 욕구와 노블레스 오블리쥬
도적과 영웅
좌우 이데올로기와 우리 소설
소설이란 무엇인가
말에 대한 몇 가지 편상
나의 요술상자 컴퓨터
바둑 이야기
낚시터에서 만난 노인
사주팔자
명당 이야기
평범한의 생활 철학
종교에 대한 나의 생각
향토애와 지역감정
6. 언론에 발표한 나의 짧은 생각들
삶의 현실과 당위
부패 불감증
낮은 데를 바라보자
‘하면 된다’ 유감
시련과 고난의 참 의미
먹는 것과 마음
‘빨리 빨리’와 소걸음
참다운 신앙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시골 초등학교의 황혼
아이들, 어른의 거울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자
이제 부패를 뿌리 뽑을 때다
조기 퇴출 현상과 학생들의 진로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
7. 심규식 소설에 대한 평설
역사의 어둠과 시대의 타락에 대한 성찰 _윤성희(문학평론가)
8. 부록_심규식 연보
저자소개
책속에서
낚시터에서 만난 노인
그날은 운이 좋았다. 50센티가 넘는 잉어 2마리와 월척 3마리를 포 함해 감잎처럼 씨알이 굵은 붕어 10여 수를 낚았다. 바람은 잔잔하고, 저수지를 빙 둘러싼 숲에선 가끔씩 새소리가 들려오고, 물결은 순한 아가처럼 얌전하여, 드물게 낚시하기 좋은 날이었다. 이런 날 심심치 않게 손맛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나는 어린 시절 저수지나 냇가에서 가끔 소꿉장난 같은 낚시질을 하곤 했다. 그러나 내가 낚시다운 낚시를 하게 된 것은 순천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때다. 순천 남초등학교 교사로 계시던 숙부님 댁에서 형 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숙부님이 주말이면 으레 낚시를 하 셨다. 나와 형은 토요일 방과 후엔 지렁이를 잡고, 깻묵으로 떡밥을 만 들고, 낚시도구를 점검하는 등 부산을 떨고, 일요일 새벽이면 채 날이 밝기도 전에 시 교외에 있는 조례 저수지로 달려가곤 했다. 조과(釣果) 는 대체로 보잘 것이 없었으나, 한 주일 내내 공부에 시달리다가 대자연 속에서 여유를 갖는 게 여간 즐겁지 않았다. 어느 날 새벽 큰바람이 불어 저수지 물이 뒤집어지고 낚시를 하기가 어려워 낚싯대를 걷으
려 할 때 엄청나게 큰 메기가 낚시에 걸려 끌려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 때까지 그렇게 큰 메기는 본 적이 없었다. 마치 괴물을 본 것 같이 겁 이 났다.
그 뒤로 나는 근 50년을 때때로 낚시를 즐기며 살았다. 젊은 날 한 때는 거의 매주 낚시를 간 적도 있었다. 당연히 그간 가까이 지낸 지인들 중에 나의 낚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았 다. 바쁜 현대 생활에 시간 낭비다. 물고기가 잡히지도 않은데, 답답하 다. 젊은 날에 촌음을 아껴 자기실현을 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비생산 적이다. 다 나를 생각해서 해 준 말이고,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그렇게 계산적으로만 되는 것인가. 오히려 바쁘고 번잡한 세상살이일수록 여유와 휴식이 필요한 게 아닌가.
낚시는 즐거움이 많다. 우선 준비를 하는 동안 가슴이 설렌다. 낚싯대를 점검하고 미끼를 준비하면서 내일은 어떤 하루가 될까 기대된다. 낚시터로 가는 동안 나도 몰래 걸음걸이가 빨라진다. 첫새벽에 집을 나서고, 무거운 낚시가방을 짊어지고도 저절로 달음박질이 된다. 낚시찌를 바라보다가 찌가 치솟는 순간 낚싯대를 낚아채면 묵직한 손맛이 뒤따른다. 그러나 낚시는 허탕을 치는 날이 많다. 하루 종일 찌 한 번 움직이지 않는 날이 허다하다. 그런 날이면 이것저것 생각하는 게 많다. 지난날의 허물을 되새기며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마 음을 다잡기도 하고, 앞으로 쓰려는 작품의 얼개를 생각하기도 하고, 근래 읽었던 책의 내용을 반추하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