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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608798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0-09-10
책 소개
목차
*2 시인의 말
1부 / 고려인 디아스포라
12 횡단열차
14 라즈돌리노예역
16 환 바이칼
18 울음의 밑동
20 분홍 바늘꽃
21 나의 까드레 1
22 나의 까드레 2
23 체르스키 전망대
24 아리랑我理朗 고개
26 해찰부리다
28 바람의 진화
30 국경의 아침
31 고려국시
32 우슈토베역 광장
34 바슈토베 언덕
36 회귀
38 꿈 팔이 텨투쉬카
40 깐지다
2부 / 시베리아에 빠지다
44 비단산 바람소리
45 사랑의 꽃말
46 타이가 숲에 들다
48 초원의 아리아
49 빙하기를 가다
50 연어, 그 사랑법
52 숲속의 교향곡 1
54 숲속의 교향곡 2
56 숲속의 교향곡 3
58 숲속의 교향곡 4
60 神들의 고향
61 아타타, 아이!
62 참 씁쓸한 행진
64 어디로 갔나 너는
66 돌아갈 수 있을까
68 베링해를 건너면
70 보물선
72 식해밥상
3부 / 한민족의 시원 북방
76 하늘이 열리어
78 홀본산성
80 비류수강
82 동방의 아크로폴리스
83 오호통제라!
84 매의 눈으로
86 무덤 밭
87 고력묘자 촌
88 가시밭 꽃길
90 사신도의 선율
92 타이푸스치 초원
94 빨랫줄 가족사
96 삼족오의 기적
97 맥적貊狄의 내력
98 두만강 달미
100 물병 편지
102 금령의 땅, 한 뼘
104 다시 백두산에 올라
106 천지 빛깔이시여
4부 / 아버지의 레퀴엠·사돈의 나라
108 투구 꽃을 아시나요?
110 사선을 넘어서
112 메꽃이 피었디더
114 감자칩 속에도
115 추녀 끝 아궁이
116 사돈의 나라
118 마이나의 노래
120 수코크의 아이들
122 부하라에서 경주를 맛보다
124 사랑의 비결
126 해설
126 민족혼의 발견과 기행시_채수영(시인, 문학비평가, 문학박사)
저자소개
책속에서
분홍 바늘꽃
칠월의 꽃구름 아래 피어나는
핑크빛 라벤더향기를 꿈꾸며 달려온
지구의 반에 반 바퀴
스무 살의 드레스는 순백의 꽃구름 같아서
여린 바람결에도 하늘하늘 춤을 추네
사랑니 앓듯
차창 너머로 너와의 간극이 멀어질 때면
밤하늘의 별을 헤며 아침을 기다렸네
원피스 끝자락 하얀 레이스처럼
순결한 향기에 취해 꽃무리 쫓고 있는 나는
한 마리 나비라네
광활한 초원에 분홍빛 융단을 펼치며
저만치서 함께 달려온 가쁜 숨결
바이칼 호숫가 리스비앙카에서
너의 속살에 입맞춤 했네
세 번째 스무 살을 훌쩍 넘김 나를 보네
멀리서 보면 더 아름다운 꽃
분홍 바늘꽃이라네
라벤더인 줄 알고 내내 가슴 졸였던
국경의 아침
노보시비리스크에서 소나기를 피해 타슈켄트향발지선을 갈아탔다. 길 잃은 새가 차창에 마빡을 찧듯 빗줄기의 절규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시 안도의 숨고르기 끝에 지평선 저 멀리 무지개가 떴다. 경계에 놓인 하늘 그 어디쯤 국경이 있을 거란 짐작 뿐, 자꾸만 시베리아로 되돌아가는 착시현상이다. 객실구조가 바뀐 탓일까, 당시 고려인들에겐 잠시 위로가 되었을지도, 밤이 지나고 여명이 밝아올 쯤 국경에 닿을 거란 전언이다. 여권과 출입증을 준비하는 동안 열차는 서서히 멈추었다. 허허벌판에 달랑 슬러브집 한 채, 아침부터 이글거리는 햇살이 이방인을 맞았다. 죽은 듯 널브러진 스텝에서 용변은 물론 한나절 동안의 수감자 신세다.
곤고한 기다림의 누수현상이 곳곳에서 아우성칠 때, 그림 같은 출국심사요원 한 쌍이 들이닥쳤다. 술렁이는 기류를 단칼에 날려버릴 듯, 남자의 눈빛레이저가 의외의 반전을 일으켰다. 짧은 심사가 아쉬울 따름, 그간 숨죽였던 시간을 토막 내느라 분주한 입방아들, 곧 카자흐스탄 입국심사가 기다리고 있단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공동묘지가 제일 먼저 달려오는 황망한 땅, 통나무 전봇대가 앙상하게 줄지어 이 땅에 숨결을 불어넣고 있는 지평선 너머로 하루해가 또 붉게 저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