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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59255588
· 쪽수 : 424쪽
책 소개
목차
주요 등장인물
序 章………… 첫 번째 날
第 一 章 ………… 두 번째 날
第 二 章 ………… 세 번째 날
第 三 章………… 네 번째 날
終 章 ………… 그로부터 사흘 후
작가의 말
도움말 사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입안의 혀는 검게 타서 바짝 말라붙어 있었습니다. 항문 역시 주변이 검게 변색되었습니다. 무덤 안을 살펴봐야겠지만 만약 구토한 흔적이 있다면 독살이라고 봐야 합니다.”
오랫동안 관청 일을 해온 의원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하면서 입을 열었다. 더군다나 눈앞에 있는 혈기왕성한 젊은 관리가 말 한마디로 자신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더더욱 신중하게 굴어야 했다. 의원은 눈앞의 젊은 관리가 살인을 보고 몹시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아차렸다. 온달장군이라는 고귀한 무사의 영혼이 휴식을 취해야 할 신성한 무덤 안에서 벌어진 살인은 관직에 첫발을 내디딘 관리에게는 탐낼 만한 일이었다. 보통 이제 막 부임한 젊은 관리가 의욕을 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던 의원은 재촉하는 듯한 젊은 관리의 눈길을 애써 피했다. 복숭아 모양의 금판을 줄지어 이어 붙인 허리띠에는 그의 전 재산을 털어도 겨우 하나를 살까말까 한 부여의 옥이 수십 개나 매달려 있었다. 예상대로 젊은 관리는 독살이라는 말에 눈빛을 반짝였다. 주먹까지 불끈 쥐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럼 그렇지. 처음부터 의심스러웠다고.”_서장 중에서
“그래서 처음에 그 아이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건가?”
“물감에 독이 들어 있었고, 물감을 만든 건 담징이었으니까요.”
“그 물감에 아무나 손을 댈 수 있었다는 사실은 왜 얘기하지 않았지?”
이문진은 차갑게 대꾸하는 욱도해를 윽박질렀다.
“높은 분들은 항상 듣고 싶어 하는 얘기가 따로 있습지요. 저희 같이 미천한 아랫것들은 윗분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만 해야 하고 말입니다.”
“어린 담징은 자네와 자네 동료들을 감싸느라 주활 어르신과도 말다툼을 벌였네.”
“미천한 자가 세상을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저와 담징이 사는 방법이 다른가 봅니다.”
“사람의 존귀함과 미천함은 핏줄로도 구분되지만, 그보다는 그 사람의 마음가짐으로 더 잘 구분할 수 있는 법이네.”
욱도해는 그릇 안에 들어 있는 석회 덩어리들을 잠시 내려다보다 고개를 들었다.
“제 아버님은 엄연히 호적이 있는 농민이셨죠. 제가 어릴 때 아버님은 규정에 없는 세곡을 걷던 관리와 말다툼을 벌이시다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고, 어머니는 여덟 살 된 저를 스승님에게 맡기고 재가하셨죠. 비웃고 싶으면 실컷 비웃으십시오. 저는 제 방식대로 세상이라는 칼날을 피해갈 따름입니다.”
(……)
“석회를 왜 바꿔치기했느냐?”
“믿지 않으시겠지만 제가 한 짓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숨기는 게 없다는 듯 두 손을 활짝 펼쳐 보인 욱도해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이문진은 술간을 따라 사라지는 욱도해를 노려보다가 을지문덕처럼 길 위의 자갈을 힘껏 걷어찼다._제1장 중에서
몸을 쭈그리고 앉아 한동안 오열하던 담징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금당 모서리를 따라 안쪽으로 꺾어진 회랑 기둥 사이에서 노승 하나가 염주를 굴리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물을 훔친 담징은 공손하게 합장하며 고개를 숙였다. 노승은 자신을 따르던 동자승에게 그대로 남아 있으라고 손짓한 뒤 담징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로 그렇게 슬피 울고 있느냐?”
“마음이 괴로워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왔는데 이곳에서도 그 괴로움을 씻지 못하고 있는 것이냐?”
노스님의 차분한 말에 담징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긴 죄가 어디로 도망친들 없어지겠습니까?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온 것뿐입니다.”
“이곳에서 지낸 적이 있었느냐?”
노승의 물음에 담징은 오른쪽 손목을 걷었다. 손목 윗부분에 새겨진 검은 원 안에 ‘정릉’이라는 빛바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부처님의 은덕에 기대어 잠깐 머물렀던 적이 있습니다.”
노승은 엎드려 있는 담징을 지나 담징의 손끝에 상처 입은 소나무에 무심한 눈길을 던졌다.
“괴로웠던 모양이구나. 무슨 일이 너를 이리 번뇌에 빠뜨렸는지 말해줄 수 있겠느냐?”
스님의 말에 담징은 고개를 들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꿰뚫은 햇살이 창날처럼 그의 몸을 쑤셔댔다. 온몸을 스치고 지나간 한없는 전율에 굴복한 담징은 난생 처음 보는 노승에게 속을 털어놓았다.
“제가 사람을 죽였습니다.”_제2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