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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9923258
· 쪽수 : 20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누런 봉투
1_보다
마이너리티가 준 선물
무심결에 지나친
우리 집에 있던 휴전선
안전의 조건
마당의 소리들
그들의 안전
너나 나나
거의 완벽에 가까운 휴가
사람들이 물처럼 일렁일 것이다
모든 생존자를 믿는다
우리는 모두 이슬람이다
잔뿌리가 굵어지는 시간
분홍 조끼의 물결
엄마의 일
2 _묻다
첫 질문
삶과 삶이 만나다
들으러 가다
손편지
섭외
질문의 여정
격정을 통과한 사랑의 언어
3 _살피다
아래로 내려가도 괜찮은
가이아 이코노미의 산실
관계를 보살피는 경영
에필로그 나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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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왜 그리도 그리움을 준비했을까? 결혼과 맞물렸기 때문이었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내 안에서 팔딱거리는 불안감을 다독이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그만 좀 벌렁거리길 바랐다. 결혼을 남편과 내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목적지goal’라고 생각했다. 나중에야 ‘지독한 출발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당시 문인화 모임에서 전각을 배우던 나는 마지막 수업 날, 선생님께 ‘참을 인(忍)’ 세 개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선생님은 웃으면서 ‘좋아할 호(好)’를 써주셨다. 인사동 표구점에서 액자에 넣어 온 그 글씨를 볕이 잘 드는 다이닝룸에 걸어두었다.
채제공 대감이 수염을 이불 속에 넣고 자는지 빼고 자는지 아리송했듯, 내가 그렇게 자주 누던 똥이 대체 어떤 근육의 운동으로 나왔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자각은 일상에서 무심결에 지나쳐온 무수한 시간을 불러냈다. ‘사려 깊게 선택하도록 깨어 있자’고 말과 글로 드러냈지만 정작 깨어 있던 시간은 책상 앞에서만이지 않았나 싶다. 그제야 내 주위를 맴도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자주 웃어주는지 챙겨보았다. 본능적으로 사랑을 쏟고 함박웃음을 지었겠지만, 더 많은 시간 동안 짜증을 흘리고 다녔을 것이다.
고향과 연결이 아득해질수록 타국의 일상은 덜컹거리고, 한 줌 달빛에도 울적해진다. 15년 전 이민자가 되면서 의식 밑바닥에서부터 공허감이 생겨났다. 그리고 아버지의 오랜 쓸쓸함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황해도 사리원이 고향인 아버지는 한국전쟁 직전 홀로 월남했다. 아버지의 환갑날, 열아홉 살이던 나는 처음으로 아버지가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몽금포 타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