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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1570327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18-05-03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그해 가을
겨울 휴가
봄날의 야구 경기
옮긴이 후기
리뷰
책속에서
물론 이 여자는 맹인 남자와 결혼했다. 여자의 아름다움에 남자의 눈이 멀어버린 듯했다. 성공한 맹인 남자 곁에는 항상 남편이 자신의 내면의 아름다움만 보고 있다고 믿는 젊고 매력적인 아내가 있는 것만 같았다.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은 예의가 아니네.” 여자의 등 뒤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였다.
“아닐, 집 안으로 들어서지도 않은 손님인데 쫓아내지는 말자고요.” 미라가 책망하듯 말했다.
남자의 말이 옳았다. 나는 여자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여자를 똑바로 보기 두려운 남자만 쳐다보지 않을 터였다.
그는 소설과 회고록, 사회와 가족사에 관한 저서를 모두 합해 열다섯 권의 책을 냈다. 작품들은 날카로운 관찰력이 돋보였다. 가끔 희극적인 요소와 미학적 화려함이 엿보였지만 어쨌거나 이제는 아무도 안 읽는 책들이었다. 지금은 맹인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은 책들을 냈다는 사실만이 유명세를 치르는 듯했다. 비평가들은 그의 위업에 감탄하면서도 궁극적으로 문학적 성과로 여기기보다는 정교하게 짜맞춘 숨은 재주 정도로 폄하했다. 시각장애가 없는 보통의 작가라면 열다섯이라는 저서의 개수는 지속적인 작업의 결과물로 받아들여질 터였다. 불행히도 트리베디가 가진 놀라운 창작의 열정은─해마다, 매일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고통스러운 작업에 임하려는 의지─묻히고 언제나 맹인 작가라는 사실만이 또렷이 부각되었다.
우리는 평소처럼 아침 시간을 함께 보냈고, 나는 강의 시간에 맞춰 학교로 갔다. 일주일에 몇 번씩은 저녁을 함께하기 위해 다시 들르기도 했다. 가끔은 아닐이 파자마로 갈아입는 것까지 본 후에 그의 집을 나왔다. 아아! 미라는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아닐은 내가 자기 주변에 오래 머무는 걸 좋아했다. 나는 아닐이 나를 젊은 날의 자신 같은 사람으로 여겨주길 바랐다. 우리는 책에 대한 얘기도 나누었다. 아닐은 야구가 크리켓보다 더 복잡한 운동이라며 나를 설득했고, 나는 미라와 아닐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기도 했다. 여전히 글을 쓰진 않았고, 커피 테이블에 가득 쌓인 신문과 잡지들 옆에 역사와 정치에 관한 읽을거리가 더해졌다. 내가 쓴 소설도 거기에 놓여 있었다. 나는 아닐이 내 소설을 언급하길 기다렸고 원한다면 바로 읽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