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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3258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20-04-10
책 소개
목차
1. 일곱 달 전
2. 여섯 달 전
3. 다섯 달 전
4. 석 달 전
5. 두 달 전
6. 쉰엿새 전
7. 쉰나흘 전 上
저자소개
책속에서
“바래다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일정하게 유지되던 간격에서 몇 보를 좁혀 다가온 그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더니 부산스럽게 옷 속을 뒤적여 이내 무언가를 그녀의 손에 안겼다.
따뜻하게 데운 콩으로 가득 찬 귀주머니였다.
“이걸 가지고 가십시오. 제 일행에게서 얻은 것이니 편히 쓰셔도 됩니다.”
“일행이 계셨습니까?”
“예, 함께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아…….”
멋대로 착각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같이 온 사람이 있었구나.
정윤이 멀거니 끄덕일 뿐 섣불리 받지 못하자 승학은 다시 한번 확실하게 그것을 그녀의 손아귀에 넣어 주었다. 내내 조심스럽게 대했는데 마음이 급하니 행동이 앞섰다. 이렇게 허무하게 헤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던 듯했다.
손바닥 안쪽에 주머니를 밀어 넣고 꼭 말아 쥐게 하자, 새 나온 열기가 겹쳐진 두 사람의 손을 동시에 따뜻하게 달궜다.
“연일 비를 맞으셨으니 몸을 따뜻이 하셔야 합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연일? 무심결에 주운 단어에 정윤은 멍해 있었던 정신이 깨어났다. 때를 놓치지 않고 물었어야 했는데 고개를 들었을 때 승학은 벌써 발길을 재촉한 다음이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팔을 내밀어 스치는 옷자락 끝을 잡아당겼다. 손가락에 걸린 사소한 이끌림에도 다행히 그는 돌아봐 주었다.
“저기요……”
“도련님!”
그를 부르는 상반된 목소리가 짧은 순간에 교차했다. 그를 기다리는 수십의 사람들이 뒤편에서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오래 붙잡아선 안 된다는 걸 바보라도 알 수 있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고민하는 사이에 빠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댁을 알려 주시면 돌려 드릴게요!”
몇 마디 섞었던 것 중에 가장 큰 목소리로 외쳤던 것 같았다. 머무르는 시선에 구김 없는 온유한 빛이 일렁이더니 그가 명료한 발음으로 답했다.
“세운동의 첫 번째 곁골목 집입니다. 저는 이승학입니다.”
그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거나, 필요 없다는 식으로 거절하지 않았다. 자신을 밝히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자연히 돌아올 정윤의 소개를 기다리는 듯 거기에서 또 잠시 귀한 시간을 지체해 주었다. 정윤은 ‘저는’ 하고 입을 벙긋하려다가 뒤늦게 무언가를 깨달아 턱을 숙여 회피했다. 기대와 다른 침묵을 물고 있다가 결국엔 다른 대답을 뱉어내야만 했다.
“예, 그곳으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공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