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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3160663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9-12-13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엄마의 이름을 불러본 적 있나요?
1 우리는 연화하숙에 산다
2 연화하숙의 봄, 우리는
3 모녀의 마음에 봄바람이 불 때
4 보통이 넘는 두 여자에게 대처하는 법
5 원래 엄마는 신파라니까
6 요상한 물건의 주인
7 어른의 맛은 오지랖이다
8 그까짓 것 뭐 어쩌라고?
9 엄마의 엄마
10 연화하숙 식구들
에필로그 우리 집에는 오늘도 엄마가 산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시절의 자신과 마주한 후 이제 더는 지체할 필요가 없었던 그녀는 딸의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이게 뭐냐는 물음에 그녀가 당당하게 말했다.
“나 이제 엄마 안 해! 하숙집 아줌마 안 해. 여자 강순희. 아니, 그냥 사람 강순희로 살 거야.”
얼이 빠졌다가 깨어난 연화가 목청껏 자신을 불러댔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어쩐지 분에 차 씩씩거리는 딸을 보니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순희 씨의 얼굴에 슬금슬금 미소가 걸렸다.
‘인생 육십부터라는데 난 이제 겨우 반백 살이다, 이거야! 엄마, 하숙집 아줌마 말고 강순희라 불러다오!’
순희 씨는 그렇게 자신의 연화하숙 302호의 하숙생이 되었다.
“그러게 무슨 연애를 이렇게 요란법석하게 해?”
이불을 엄마 목까지 끌어 당겨주며 연화는 여전히 못마땅한 목소리를 냈다.
“연애는 무슨. 산악회 모임이라고 말했잖아.”
“웃겨! 내가 무슨 다섯 살이야? 그 말을 믿게. 뭐 열녀문이라도 세우시게? 씨알도 안 먹힐 거짓말을 하고 있어.”
“이게 진짜. 말본새 하고는. 쯧, 자식새끼 잘못 키웠어 진짜.”
순희 씨가 당황하며 들썩거리는 바람에 엄지발가락이 이불 밖으로 삐죽 튀어나오자 연화가 얼른 이불을 당겨 덮었다.
“남자도 아닌데 그 시간에 미쳤다고 전화 한 통에 뛰어 나가? 비가 이렇게 퍼붓는데? 내 말이 틀려?”
“야,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네가 연애하니까 뭐, 온 세상이 핑크빛이냐?”
“거기서 멀쩡한 내 연애는 왜 걸고넘어져? 내 파릇파릇한 사랑을 그런 거무튀튀한 황혼의 불장난과 엮지 마시지?”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여성의 목소리는 다방면에서 갈수록 높아지고, 회사에서도 육아휴직을 내는 남자 동료들을 심심치 않게 봐 왔다. 그런데 어째서 엄마라는 단어만 저 쌍팔년도 진부하고 촌스러운 억지를 벗어나지 못하나 싶었다.
연화는 그런 신파가 싫었다. 적어도 자신과 엄마만큼은 저렇게 지지리 궁상 같은 신파는 아니라며 자신했다. 남들과는 다르다 자만했다.
나는 못 먹더라도 새끼는 먹이고, 나는 죽더라도 새끼는 살리는 건 곧 죽어도 연화 스타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매번 등짝으로 날아드는 엄마의 손이, 주책 좀 부리지 말라며 바락 대드는 두 사람이 더 현실감 있었다.
그렇게 다르다 자부했는데, 수술 후 힘겹게 겨우 내뱉은 말이 고작 밥 먹었냐는 엄마의 목소리에 연화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