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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5120405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21-12-1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코로나19 희생자들, 그 가족에게 바친다 • 232
제1장 광화문역 | 풍경 • 9
제2장 풍서원역 | 환자의 시간 • 34
제3장 오대산역 | 치유의 길 • 52
제4장 서라벌역 | 역신 • 78
제5장 자갈치역 | 싱잉볼 소리 • 98
제6장 서귀포역 | 고요한 폭풍 123
제7장 소쇄원역 | 짝 잃은 각시인형 • 142
제8장 대구역 | 천국의 날 • 171
제9장 세종역 | 시작을 위한 선물 • 191
제10장 강릉역 | 사랑의 떨림 • 210
저자소개
책속에서
● “광화문역! 광화문역으로 19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자유영혼의 확진자 여러분과 자가격리 중인 지구별 여행자들께서는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고압의 증기가 빠져나가면서 주변의 증기기관차들이 기적소리를 토해냈다. 그 옛날 추억의 증기기관차 속을 헤치고 빨간 색 고속열차가 두 줄기의 철로를 통과하면서 플랫폼에 소리 없이 쓰∼윽 정차했다. 매우 신기한 일이었다. 이처럼 거대한 열차를 본적이 없었다. 안이 다 내다보이는 통유리로 되어 있다.
‘요상한 세상이야.’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열차에서 우주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탑승자들에게 안전거리를 지시했다. 순간, 객실로 통하는 좁다란 공간이 열리면서 중증환자를 음압병동 중환자실까지 옮기는 작업이 속속 진행되고 있었다.
19열차가 도착할 곳은 공기 맑은 산속 깊은 유배지일 수도 혹독한 시베리아 벌판일 수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저승일 수도 있다. 그녀는 하나의 조약돌이 되어 강돌바닥에 쓸리는 듯 강을 건너가고 있었다. 차창 밖에는 노인과 ‘빅토르 위고의 위령’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열차가 기적소리를 내며 출발하였다.
― 「제1장 광화문역 | 풍경」 중에서
● “여러분은 코로나19 완치자입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눈물이 그렁그렁 완치자들의 뺨들을 적셨다. 깊은 수렁 속을 빠져나와 자리를 털고 저마다 일어나자 역 출구가 열렸다.
강릉역 광장에는 벤치 두 개가 놓여 있다.
그때 어디선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전차가 전속력으로 거침없이 달려오는 게 보인다. 전차를 끄는 젊고 혈기에 넘치는 두 마리의 말머리에는 끝부분이 푸르고 붉은 깃털장식이 씌워 있다. 등에는 빨강, 파랑, 초록의 화사한 면포가 둘러져 있다.
강릉역 광장 벤치에 앉아 있던 노인이 전차에 오르자 군장으로 무장한 보초병들이 이집트 시대 『사자의 서』를 머리 위로 받쳐들고 퇴장한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 떠 있던 ‘태양의 돛단배’가 은하수를 따라 쏜살같이 지상으로 내려 ‘빅토르 위고 위령’을 태우고 하늘 높이 올라갔다.
어느새 레벨D 방호복을 벗고 평복으로 갈아입은 간호사 미영이가 다영이를 휠체어에 몸을 옮기고는 밀고나왔다. 의사 최한수가 어렴풋이 다영이의 눈에 들어왔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어린 시절 추억을 더듬는다. 순간 의료진들의 숭고한 사랑이 친구의 오랜 우정이 거룩한 탑신으로 다가왔다. 성지를 순례하듯 두 손을 모아 다영이는 진심어린 인사를 나눈다.
“나마스테!”
그녀의 영혼이 친구들의 영혼과 함께 있었던 것에 감사를 드린다는 인도 말로 전했다. 그러다가 사랑하는 부모님, 친지들을 한꺼번에 만나자 순간 감동이 일었다. 그녀의 작은 손가방이 어깨에서 스르르 손으로 미끄러지면서 맥없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 「제10장 강릉역 | 사랑의 떨림」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