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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6602874
· 쪽수 : 176쪽
책 소개
목차
노래방에서는 뭔가를 들키고 만다
태어나보니 노래방이 있었다
엇박적 인간과 정박적 인간
가정 노래 교육
강부자와 정향자와 프레디 머큐리의 기분
투 머치 러브 윌 킬 유
축가
히트곡을 향하여
비문학적 노래방
네가 먼저 1절 불러
세월과 노래
노래를 본다는 것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내가 너의 벗 되리라
모를 거야 누나는
아이 돈 라이크 워칭 유 고
앞으로 걸으니 바다가 가까워졌어
노래와 함께 오래된 사람이 된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일주일에 한 번 구민회관 노래 교실에 다니는 여자와 거실 중앙에 노래방 기계를 설치한 남자가 있었다.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노래 교실에 다니는 여자를 위해 남자가 반주 기계를 산 건지, 아니면 남자가 사놓은 반주 기계 때문에 여자가 노래 교실에 다니기 시작한 건지. 아무튼 나는 그들의 손주로 태어났다.
가왕들이 화려한 열창으로 자신의 기량을 뽐내며 세 평 남짓한 방을 뒤흔드는 동안 나는 소심하게 리모컨을 들고 다음 곡을 고른다. 예약 버튼을 누른 뒤엔 목을 가다듬고 다른 이의 노래를 경청하며 기다린다. 드디어 차례가 다가오면 마이크를 두 손으로 쥔다. 좀 송구스러운 모습으로 첫 소절을 부른다. 에코 섞인 내 목소리는 내가 아는 나보다 어리고 여린 것만 같다. 가슴을 진정시키고 최대한 집중해서 두 번째 소절을 부를 때쯤 가왕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기 시작한다. […] 지금은 그저 가왕들이 쉬어 가는 시간일 뿐이란 걸 1절 후렴을 부르며 깨닫는다.
새삼스럽지만 나는 오늘의 신랑 신부도 잘 몰랐고 결혼식이 뭔지도 몰랐고 결혼이 뭔지는 더욱더 몰랐다. 어디 가서 축가를 불러본 적도 없었고 직접 녹음한 반주도 실은 엉성했고 노래 제목은 하필 <사랑밖엔 난 몰라>인데 사랑이라도 알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사실은 사랑마저 잘 몰랐다. 이 자리에 섭외되기에는 내가 너무 덜 살았으며 그러므로 축가 수락은 여러모로 부적절했다는 판단이 설 무렵 점잖은 사회자의 준엄한 안내 멘트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