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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87886297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18-08-03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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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동네에 무슨 가게가 있는지도 죄다 꿰고 있던 로즈메리이다. 하지만 이제는 점점 더 기억하기 어려워진다. 가끔은 누가 자기한테 장난이라도 치는가 싶다. 알던 가게가 모르는 가게로 뒤바뀌어 있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럴 때면 로즈메리는 자기 머릿속에 그려둔 동네 지도에서 예전 그 가게를 떼어내야만 한다. 그 자리에는 새 부동산 중개업소 혹은 커피숍이 들어선다. 따라잡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노력한다. 만약에 이 장소들을 모르게 된다면, 더 이상은 그녀의 것이 아닌 새로운 도시 안에서 길을 잃고 말 것이다. 로즈메리는 이제껏 살면서 축적해온 이 모든 정보의 가치를 어떤 식으로든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케이트는 노트북 화면의 불빛을 바라보며 밤늦게까지 깨어 있다. 그 안을 돌아다니며 어떤 안식을 얻고, 자기처럼 컴퓨터 불빛 앞에 얼굴을 맞대고 있는 사람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러다 너무 피로해진 케이트는 노트북을 닫고 침대 옆에 놓는다. 때로는 베개가 다 젖도록 계속 운다. 울음소리가 동거인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숨죽이려고 애쓴다. 그런데 가끔은 마치 익사하는 것처럼 숨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울음소리를 크게 내면서 울 때면 누군가 울음소리를 듣고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와 그녀를 일으키고 다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어쩌면 마음 한편으로 바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해준 사람은 이제껏 아무도 없었다. 눈물이 다 마르고 나면 눈을 뜨고 완전히 멍해진 채 어둠 속에 누워 있다. 그대로 결국 잠이 든다.
물론 사람들의 말이 맞다. 한 번 수영하는 법을 배우고 나면 잊어버리지 않는다. 케이트는 차가운 물이 주는 충격 속으로 빠져드는 동시에 자기를 안심시키려는 언니의 미소와 비행의 첫 느낌을 떠올린다. 물의 차가움은 케이트의 심장을 뛰게 한다. 그 두근거림은 피와 발가락과 젖꼭지를 따라 느껴진다. 케이트는 외마디 소리를 한 번 지르고 수면 아래로 쑥 들어간다. 물이 케이트를 확 덮쳐오고 곧이어 고요함이 흐른다. 앞으로 쭉 뻗어 푸른 물을 향하고 있는 두 손이 창백해 보인다. 다시 발차기하고 난 다음, 두 팔을 끌어당기면서 수면 위로 올라간다. 물방울이 튀고 거침없이 즐거워하며 떠드는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케이트는 다시 물속으로 잠긴다. 고요함이 케이트에게 안도감을 선사한다.
차츰 물 온도에 익숙해지고 리듬을 되찾으면서 심장 박동도 약간 느려진다. 차가움은 견디기 괴롭지만 정신을 깨운다. 피부가 오싹하다. 오랫동안 무감각했던 이후의 감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