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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9282769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5-05-10
책 소개
목차
자서 - 운명을 넘어서 4
화보 14
1부
어쩌다 농부가 되다 21
웨스턴그룹과의 인연 24
자기가 만들어가는 운명 28
레드랜드 농장으로 옮기다 31
이민가족 정착기 38
최악의 순간도 기회로 41
무조건 “Si Si” 46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힘 48
전회위복과 새옹지마 53
혜수스 농장에서 일어난 이야기 58
로스플란네스 농장에서 일어난 일 64
콜리마주 농장에서 일어난 일 69
2부
대만계 중국인 주광천 씨 이야기 75
도로에서 경찰에 체포되다 79
멕시코에서 이런 사람 조심하기 81
벤처농업에 대하여 84
하이메와 잘못된 만남 87
목숨을 얻고 양심을 지키다 90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K마켓 사장 이야기 93
수없이 위험한 고비를 노래로 달래며 97
어려운 사업 파트너 찾기 100
외국에서 사업하는 서러움 103
무산 조오현 스님과의 인연 107
시조월드를 접고 어린이 시조나라 창간 109
3부
간절함이 통하다 115
파라다이스는 어디에 있는가 117
한인문인협회를 창립하다 120
예이츠의 파라다이스 농장과 달라서 122
해외생활에서 지켜야 할 수칙 4 124
말비스타 힐 집에서 일어난 이야기 128
차는 안전한 금고가 될 수 없다 131
보살핌과 행운이 깃든 여든 134
너무 큰 과일은 반갑지 않다 138
농장 일꾼 구하기의 애로 140
내 인생의 고마운 사람들 143
사막 고행 시집 『사막시편』에 대하여 146
4부
육군 항공 파일럿 시절 이야기 151
미 육군항공학교 시절 155
진주농대 1학년 시절 158
월남전에 참전하다 161
귀농과 귀촌에 대하여 166
술에 얽힌 이야기 169
백수 정완영 시인의 추억 174
노년에는 제3세계로 눈을 돌려라 178
G 금광개발 회사 이야기 181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184
월남전 용사의 생과 사 188
자선시
사구아로 선인장 193
둥둥둥 북소리 194
태양은 팡파레를 울리며 솟아 오른다 195
마호가니 혼령 196
부나방 197
선진리로 갈꺼나 198
소총수 199
그네 200
옹이 201
한치 앞을 못 본다 202
자선시조
북소리 207
풀벌레 소리의 바다 208
딱따구리 209
歡喜 210
그리움 211
빛의 주둥이 212
보리밭을 지나는 바람 213
사막벌의 백로가족 215
할머니의 침 216
고추잠자리 217
백조의 춤 218
日沒 - 박남수 시인 영전에 219
사막시편 - 유배 221
씨앗의 노래 222
늑대처럼 운 적이 있다 223
어떤 시간 224
산비둘기 225
불꽃놀이 226
백두산 천지물은 227
사구아로 선인장 228
영상 229
차가운 산 230
흔들 의자 231
사막시편 - 엽서 232
물 233
윈드서핑 234
거울을 보며 235
섬 236
조슈아트리 237
먼 우화寓話 238
전선의 밤 - 농장지대 239
대고향곡 240
하느님 보시기에 241
덩굴손 242
로뎅의 손 243
돛배마냥 가고 있다 244
그런 시 245
내 영혼의 나침판 246
읍내 산성 옛길을 걸으며 247
구름에 관한 명상 248
울어라 울어라 새여 249
길 250
태종대 갈매기 251
가로등 너 때문이야 252
숲 이미지 253
구름밭 일기 254
해발 3만 9천 피트 255
모든 길이 꽃길이었네 256
나무의 기도 257
고향집 우물 258
戰傷兵의 눈물 259
壕 속에서 261
風景抄 262
單獨飛行 - 安章圭氏에게 263
泗川韻律圖 265
비비새 단상 267
새야새야 파랑새야 268
하늘나라 세월호 269
월식 270
항아사 너 별에게 271
해설 | 항일성 해바라기 | 박진임 272
저자소개
책속에서
수없이 위험한 고비를 노래로 달래며
라파스에서 콘스티투시온 가는 길 1백 킬로미터쯤에는 90도로 꺾이는 길이 있다. 라파스로 가는 길이었고 경사져 있고 내리막길이었다. 운전은 아내가 하고 있었는데 스피드를 조절하지 못해 건너편 풀밭에 곤두박질치며 뒤집어지고 말았다. 뒤에 오던 차에 탄 사람들이 달려와 차를 다시 바로 세워주었다. 앞 창유리는 박살이 났지만 차는 말짱했다. 10분 정도 달리다 눈에 띄는 가게에 들러 물을 사고 차를 점검하고 집으로 행했다.
라파스에 다 와서 공항 근처를 지나던 때였다. 지금은 홈디포가 있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 시내로 빠지는 강둑길이 있었다. 강둑을 따라 외곽도로로 달리면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이 나왔다. 우리가 막 강둑길을 가고 있는데 경찰차가 북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의 사고 신고가 들어간 모양이었다. 경찰에 사고를 알려서 복잡해지기 싫었던 터라 다행이다 싶었다. 무사히 집에 도착한 뒤 근처 바디샵에서 새 유리로 갈았다. 그 차는 지금도 농장에서 잘 사용하고 있다.
또 라파스에 다 와서 시내로 내려오는 길에서 생긴 일이다. 지금은 직선도로로 바뀌었지만 전에는 구불구불 몇 굽이를 돌아야 했다. 게다가 왼편으로는 절벽이 있었다. 어느 날 농장에서 사용할 비료와 자재를 잔뜩 실어서 무거워진 트럭을 몰고 달리는데 앞에 가는 트럭이 답답할 정도로 느렸다. 그래서 그 차를 추월했는데 갑자기 가속이 붙어서 속도를 늦출 수가 없었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사이드 브레이크를 잡아당겨도 듣지를 않았다. 앞으로 길은 대관령 굽잇길처럼 구절양장을 돌아야 할 터인데 어쩔 것인가. 그래서 바른쪽 트럭 바디 차체를 바위에 박으려 했지만 그것도 말을 듣지 않았다.
이제는 낭떠러지에 추락할 일만 남았구나 생각하는데 얼핏 굽이도는 곳 절벽 쪽에 도로공사로 모래를 부어놓은 작은 둔덕이 보였다. 차를 그쪽으로 질주했다. 와장창 천장에서 뭔가 떨어져 내렸고 차는 위로 솟구쳤다가 모래언덕에 처박혔다. 옆에 함께 타고 온 멕시칸은 사색이 되어 떨고 있었다. 차는 미국번호판을 달고 있었고 물론 시트벨트도 없었다. 내가 겨우 차에서 빠져 나오는데 우리가 앞질렀던 트럭 운전자가 “야, 진가소 마드레. 짜식 잘되었군. 축하한다.” 욕을 하며 지나갔다. 우리는 뒤에 오던 차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엘까리살 농장까지 올 수가 있었다. 다시는 연습할 수 없는 곳에서 죽지 말라고 행운이 가끔씩 있는 모양이다.
한번은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이른 아침이었다. 가레로 네그로를 향해 남으로 내려오는 직선도로를 달리다가 밤새 달린 피로로 운전 중 깜박 잠이 든 모양이다. 반대편에서 오는 트럭의 백미러와 내 차 백미러가 부딪쳐 박살이 났다. 그 운전기사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달려갔다. 나도 그냥 냅다 달렸다. 막막한 사막에서 시시비비를 가려보았자 뾰족한 수가 없단 걸 서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시절은 광야를 달리며 늘 윤심덕의 노래 ‘사의 찬미’를 부르며 스스로를 달랬다. “광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남들은 단출하게 가족들과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는데 나는 무엇을 찾아서 이렇게 남의 나라 사막을 오가며 살고 있는지 참 별난 미친 인생도 다 있구나 하는 마음이 수없이 들었다.
파라다이스는 어디에 있는가
과연 파라다이스는 어디에 있는가? 있다면 우리가 그곳에 도달한 셈인가 의문이 들 때가 많이 있다. 재산이 몇십억이면 그곳에 도달했다고 볼 수가 있는 것일까, 산수가 다 되었는데도 안 죽고 살았다면 그곳에 도달했다고 볼 것인가, 그런 객관적 판단의 근거는 무엇으로 볼 수 있을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길은 꽃길이었네>
스쳐온 구비구비 사연이야 많았지만
지나온 모든 길은 아름다운 꽃길이었네
꽃 피고 새 우는 동네 한가운데를 지나왔네
내 시 ‘모든 길은 꽃길이었네’를 관통하는 주제는 목표점이 파라다이스가 아니라 그 곳을 찾아가는 모든 지난한 그 과정이 다 아름답고 ‘꽃 피고 새 우는 동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작품으로 만해 한용운 기념사업회에서 주는 유심작품상을 받았고 상금도 두둑했다.
경제적으로 말한다면 우리는 이제 파라다이스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부부가 갖고 있는 재산이라든지 우리 아들 두 식구가 갖고 있는 재산으로 볼 때면 그렇다고 판단된다. 이제는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에 풀어야 할 때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제 올해가 산수(傘壽)가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나이 팔순이라면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뜻이다. 잘해야 한 10년은 살 수 있을까. 주변의 친인척 친구들은 세상을 떠난 이들이 많다. 나라고 사람들의 희망대로 9988 234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면 사는 땅을 파라다이스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인가? 고향과 고국을 떠올리면 정치는 지옥 같지만 친구 친척과 어울리는 순간은 그곳이 파라다이스가 틀림없다. 우리 현주소가 로스앤젤레스 말비스타 힐은 어떤가? 그곳은 기후는 춥지도 덥지도 않고 해안에서 가깝고 또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과 가깝고 노후에 살기에는 천국 같은 곳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면 그 점으로 판단해도 이미 파라다이스에 당도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인가.
운명적으로 지난 30년은 멕시코 바하캘리포니아 라파스 인근 차로 1시간 남짓 걸리는 동네에 주로 살고 있다. 또 멕시코 영주권도 갖고 있다. 농장은 로스플란네스에 있고 사는 동네는 엘사르헨토에 있다. 이미 이곳은 많은 사람들에게 천국으로 인식되어 이미 거주민의 반수 이상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외국인 촌이라 볼 수 있다. 겨울철에 바람이 많이 불고 바다가 깨끗하여 수많은 윈드서핑족들, 바다낚시나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외국인들이 한없이 몰려와서 살고 있는 동네에 우리가 가장 좋은 바다 앞 땅을 소유하고 살고 있다. 그들은 지나가며 우리가 부러워서 말을 건넬 때가 많다. 우리는 이미 이 동네에 올드 타이머로 우리가 산 땅들은 지난 20년 사이에 5배에서 10배까지 오른 셈이다. 이 동네 땅값을 올린 또 다른 요인이 있다. 세계 최고 부자들에 속하는 월마트 형제들이 이곳에 농장을 사서 살고 있다. 전망 좋은 오션뷰 산들은 다 사들이고 있고 그 주택단지에 끌고 올 농작물을 사들이는 것도 농장 값을 일 년 사이 배로 뛰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멕시코는 물가가 미국의 약 1/5 정도로 싸서 살기가 참 경제적이다. 기후도 섭씨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별로 없고 바닷물은 적도에서 올라온 난류가 흘러서 늘 따뜻하다. 그래서 윈드서핑족들에게는 이곳 기후 특성이 천혜의 천국이 아닐 수 없다. 범죄는 마피아들끼리 판권을 놓고 가끔 사람을 죽이는 경우는 있지만 외국인 은퇴자에 대한 살인은 거의 없는 셈이다. 좀도둑은 약간 있지만, 주위 친구들과 서로 지키는 경우에는 좀도둑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농사가 끝나는 5월 말까지는 집에서 농장까지 30분 거리를 내왕하며 천국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래저래 한없는 고난의 세월을 거쳐 지금 우리는 파라다이스를 찾은 셈이고 행복한 나날을 누리고 있다. ‘멀고 먼 파라다이스’ 그곳에 도착했다고 안부를 띄운다.
사막 고행 시집 『사막시편』에 대하여
『사막시편』은 70세 고희를 맞아 낸 시집으로 나의 대표 시집 중 한 권이다. 책만드는집에서 나왔다. 그 후 번역시집 Desert Poems가 최연홍 박사와 우리 둘째 김유진 의학박사 공동 번역으로 미국에서 간행되었다. 그 후 Desert Poems는 미 영화사의 영화 촬영 제의를 받았지만 그때는 내가 번개처럼 이곳저곳으로 다녀야 할 처지로 한자리에서 오래 설명을 해 줄 처지가 못 되어 제의를 거절한 적이 있다. 사막시편은 내가 후기에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극한 상황에 처박혀 귀양살이를 할 수밖에 없었고 고국은 너무 멀고 경영을 위한 자본이 나올 곳은 전무하고 언어는 통하지 않고 미래는 보장되지 않은 사막에서 극한의 주어진 삶을 살 수밖에 달리 아무 도리가 없었다고 말하고, 눈먼 무소처럼 사막 벌을 뒹굴어 오며 혼자 부른 나의 노래다.” 하고 설명하고 있다. 그 시집으로 시카고 팔봉기념사업회가 주는 팔봉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상도 고 최연홍 박사가 우리의 여러 가지 엮인 인연으로 준 상으로 기억하고 있다.
예술원 원장인 이근배 시인은 “이 땅의 시인들, 아니 인류의 시인들 가운데 김호길 시인만큼 시간과 공간을 무한대로 확장한 이가 있었던가. 그가 비행했던 거리와 시간은 곧 시적 사유의 깊이와 넓이를 제공했을 것이고 그가 낯선 이국의 땅에서 흘린 노동의 땀방울은 좁은 내 나라의 울타리 안에서 경작하는 곡식과 달리 혹독한 삶의 깨달음과 치유를 낳게 했을 것이다.”하고 설명했다.
슬픔이 너무 크면
눈물도 마르고 만다.
눈물은 영혼의 사치
기댈 수 있어야 눈물도 있다.
기댈 곳 절망뿐이어라
물 한 방울 없는 사막 - <슬픔이 너무 크면>
황치복 문학평론가는 발문에서 주제를 ‘사막 속의 고향, 그 황홀한 반전 드라마’에서 “사막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듯한 서사구조, 즉 사막에서 유배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필연성과 위기, 그리고 극적인 반전과 같은 요소들이 어우러져 한 편의 서사시를 형성하고 있는 듯한 이면적 구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서사시가 우리 시단에서는 낯선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는 점에서 이채로운 빛을 띠고 있다. 그 사막은 여행적 경험이 아니라 삶의 근거지로 작용하고 있는 점에서 그 체험과 정서가 명실상부한 감동의 원천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를 곧추세우는 것은
언제나 꼿꼿한 오기
흔들리는 방울 소리는
제 영혼을 깨우나니
저 홀로 저를 다스려
독주머니 끼고 다닌다. - <방울뱀>
햇볕과 바람 그 무엇도 날 붙잡지 말아라.
손바닥엔 가시가 있고 가슴엔 비수를 품고 있다.
전갈의 매서운 독도 주머니 가득 들어있다.
내가 하늘을 향해 하얗게 춤추는 것은
무량한 자유가 무엇인지 하늘에 고하는 의식
그냥 그 신들린 춤을 멀리서 바라만 보게나 - <억새>
난 아마 몇억 광년 밖
먼 별나라 사람
고국에서 늘 이방인
이국에서도 늘 이방인
빛 긋는 유성이 되어
또 떠나는 꿈을 꾼다. - <유성>
이렇게 아웃사이더가 되어 방황하는 영혼의 노래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 내 시는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고 표류하는 외로운 영혼의 노래가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