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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89911157
· 쪽수 : 340쪽
책 소개
책속에서
그때 바닥에서 무언가 진동이 울렸다.
“느꼈어요?”
그가 숨을 내뱉으며 물었다. 다시 벽과 마루에서 더 강한 진동이 일었다. 라델라가 깨어나서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경고하듯 날개를 떨었다.
“진동이 바깥에서 나는 것 같아요.”
우리는 황급히 창문으로 다가갔다. 픽시가 날아와 내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저길 봐요.”
재미슨이 어스름한 아침 햇살 속에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걸어오는 한 남자를 가리켰다. 라델라가 으르렁거렸고 내 심장은 얼어붙었다.
킬리언 마크햄 왕자였다.
나는 푹신한 잔디 위로 떨어졌다. 올려다보니 어둑한 밤하늘이었다. 내 시계태엽심장이 멈칫거리며 뭔가를 조정하는 것 같더니 다시 정상 리듬을 되찾았다.
똑…딱.
나는 검을 집어 들고 일어섰다. 닐리가 내 옆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숨을 헐떡이며 누워 있었다. 가까운 물가에서 두꺼비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잠자리가 잔잔한 수면 위로 날아다녔다. 날개 크기가 거의 참새만 했다. 우리는 인간 세계인 생명의 땅을 대낮에 떠났지만 이곳 거인의 세계는 깊은 밤이었다. 별빛과 달빛이 머리 위를 덮은 나뭇가지 틈새로 스며들어 주변을 희미하게 비쳤다. 나무, 바위, 곤충, 꽃, 모든 것이 우리 세계보다 훨씬 컸다.
“먼저 생명의 땅에서 온 에벌리 도노번 양의 증언을 듣겠다. 증인석으로 나서길, 도노번 양.”
손바닥에 땀이 찼다. 엘프의 세계에서 재판이라니, 비현실적인 상황이지만 오늘은 내가 그토록 기다려온 날이었다. 이 자리에서 가족의 원한을 갚아야 한다. 재미슨이 힘주어 내 어깨를 잡았다.
“잘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