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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9958503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3-10-20
책 소개
목차
책 머리에……4
제1부 나에게 문학이란
나에게 문학이란……12
한국말과 일본말……16
보름달……22
꽃상여……27
친절……33
아버지……38
돌아오는 오마모리……54
제2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60
고약스런 말의 속사정……66
내가 인공위성이라고?……70
나의 삼일절……75
다시 만난 세상……80
셔틀콕의 향연……84
‘스미마센’ 한마디 값……88
80대 명랑 선수……92
나의 마라톤 분전기(奮戰記)……96
제3부 건널목에서
그만큼의 거리……104
건널목에서……107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즐거움……111
불 끄면 500원……115
동전 오백 원……119
글을 못 배웠던 사람들……123
이젠 속지 않아요……127
묘지 친구들―(하까토모, 墓友)……132
제4부 아름다운 思秋期
1엔 그리고 1원……138
왜 조선인을 의심부터 할까요?……142
아름다운 思秋期……147
세 번의 기쁜 만남……153
인사는 아름다워……157
정(情)……162
돈까스 톤짱……166
믿는 게 약……171
좀 더 놀다가 가요……174
제5부 믿음
믿음……180
지하철을 타면서……184
‘빨리빨리’ 병(病)……188
죽을 뻔했다고요……193
카나리아의 추억……197
테니스를 치면서 생각나는 것……200
한라봉……206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지 않는다……209
권경자 론
디아스포라-탈중심적 소수 문학……218
저자소개
책속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 주산학원에 다녔다. 쌀가게 2층 다다미방, 우리는 긴 책상 앞에 앉아 얌전하게 바른 자세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학생 둘과 남학생 다섯, 아무도 떠들지 않았다. 그때 건너편의 한 애가 심심했던지 100엔짜리 동전을 굴렸고 또르르 구르던 동전은 내 앞에서 멈추었다. 바로 주워서 “여기 있어” 하고 그 애한테 주려는 순간, 오른쪽에서 초등학생치고는 아주 묵직하고 낮은 악의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얏빠리 죠센진와 치가우(역시 조선인은 다르네)!” 또박또박 내뱉는 그 말투에 놀라 획 돌아봤다.
등줄기엔 식은땀이 흐르고 얼굴은 홍당무가 되어 화끈거렸다.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지만 빨개진 얼굴이 창피했다. 아이들은 침묵했다.(「고약스런 말의 속사정」)
비록 한국말을 쓰는 가정에서 자랐지만,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상 외국에서 태어나서 외국에서 한 세대의 세월만큼 교육을 받고 자랐다면 사실 나의 사고와 문화는 어쩔 수 없이 이국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가족이 있어 이곳에서 살았지만, 적응과정이 결코 수월하진 않았다. 배짱과 노력으로 버티었다고 할까? 아니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적응했다고 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 내 생각이나 행동이 주위 사람과 다르면 바로 수정하였다. 철저히 한국식이 되고자 했으니 나의 사고방식은 이제 순한국식이 되었다고 자부해도 될 것 같다. (「내가 인공위성이라고?」)
그 첫 번째 추석이 낯섦의 시작과도 같았다. 한국의 예절은 일본의 예절과 달랐고 한국의 전통은 일본의 전통과 상반되는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귀국하고 처음 몇 해는 혹독한 시련의 적응기였다. 나는 시댁 식구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고 말도 서툴고 풍습에도 서툴렀다. 게다가 결혼한 지 4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았다. 아기라도 빨리 생겼더라면 덜 외로웠을 것이다. 황야에 홀로 선 기분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성공하고 싶었고 고국에서 당당하게 뿌리내리고 싶었다.(「보름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