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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403245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0-11-1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짠맛이 나를 키웠다
엄마 손바닥 같은 가재미
먹을 만치만 톨톨 따다 무쳐 먹던
할머니의 바다는 어떤 색깔이었을까
볼그스름한 초여름의 맛
아랫집이랑 나눠 먹으렴
할머니는 꿈에서도 고등어를
웃음도 울음도 쉽고 다정하여
김 하나에 행복했지
곰국 꼬아내듯이 폭 꼬아내야 해
서서 밥 먹다가 엄마에게 혼난 날
엄마가 쥐여준 보따리를 먹기만 할 때는 몰랐지
혼밥생활자들의 집밥
내 젊은 날의 뒤풀이
엄마가 좋다니까 나도 좋아
배 속에 개구리가 울면
할머니의 빈집
헤어질 땐 맵고 짠하게 안녕
맛있는 거 한입이라도 떼어주는 게 사랑이지
엄마가 숨겨둔 이야기
동그랗고 빨갛고 따뜻한 한 그릇
에필로그 엄마가 최선을 다해 나를 키웠다는 걸 알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할머니가 물질하는 동안에 엄마는 테왁을 끌어안고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엄마는 할머니가 들어간 물속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짙고 깊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나, 둘, 셋, 넷,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어린 엄마가 셀 수 있는 숫자가 다 지나가고도 바다는 조용했다. 파도만 처얼썩 치고 사방이 고요했다. 처얼썩 처얼썩. 파도가 자꾸만 가슴을 때리는 바람에 울 것 같은 마음이 되었을 때, 엄마는 눈을 감고 처음부터 다시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넷….
_ ‘프롤로그 : 짠맛이 나를 키웠다’ 중에서
자장가 같은 노래를 불러주며 나의 배를 만져주던 엄마의 보드라운 손바닥. 속이 쓰리거나 탈이 났을 때, 엄마는 나를 솜이불에 눕히고 손바닥으로 배를 쓸어주었다. 동그랗게 손바닥 온기가 스미면 아픈 배는 꿀렁이며 움직이기도 하고 쿠루루루 소리를 내기도 하다가 차츰 잠잠해졌다. 따스해졌다. 그러면 나는 아픈 것도 잊고 잠이 들었다. 엄마 손바닥에 배를 맡긴 그 시간이 좋아서, 조금만 꾸룩거려도 조로로 달려가 배를 까고선 엄마 앞에 누웠더랬다.
_ ‘엄마 손바닥 같은 가재미’ 중에서
살면서 한 번이라도 이런 음식을 만나본 사람은 알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이 평생 기억에 남은 이유가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어떤 음식은 손으로 만드는 위로 같다. 재료를 구하고 씻고 다듬고 만들어 전하는 수고로움과 누군가를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이 한데 섞인 맛깔스러운 위로. 그런 음식을 입으로 넘겼을 때 나는 처음으로 미음을 먹어본 아기처럼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저 고맙습니다, 인사하며 울 것 같은 마음으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세상에는 이런 음식도, 이런 위로도 있다.
_ ‘아랫집이랑 나눠 먹으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