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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인권문제
· ISBN : 9791190635004
· 쪽수 : 260쪽
책 소개
목차
마레 노스트룸
빨간 구두 한 짝
어떻게 익숙해질까?
영혼의 상처
꼬마 아누아르의 슬기
제비뽑기에 담긴 운명
돌이킬 수 없는 선택
자기희생의 긍지
람페두사로 돌아오기
세상의 ‘큰 인물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자업자득이야”
결코 멈추지 않는 오마르
인간의 잔인성
집의 내음
배들의 공동묘지
파도의 너그러움
철 그른 관광객
가장 아름다운 선물
거인들의 팔
‘훌륭한’ 사람들
문제는 인간이지 하느님이 아니다
“잡초는 절대로 죽지 않아요”
눈이 큰 아기 페이버
옮겨 다니는 여자들
2013년 10월 3일
똑같은 바다의 자식들
작가 후기
리뷰
책속에서
때로는 이 일을 못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리듬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생각, 특히 이토록 많은 괴로움, 이토록 많은 아픔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내 동료들 가운데 다수는 내가 익숙해져 있으리라고, 사체 부검을 하는 게 내가 상투적으로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고 확신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죽은 아이들을 대하는 것에 결코 익숙해지지 않으며, 해난 사고 중에 해산을 하고 나서 탯줄이 잘리지 않은 아기를 아직 몸에 붙인 채로 죽어 있는 여자들을 보는 것에 익숙해질 수 없다. 또한 사체에 번호만 남기는 것을 피하고 누구인지 알아내어 이름을 주기 위해서는 시신에서 손가락이나 귀를 잘라내어 DNA를 추출해야 하는데, 그런 행위에는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들을 앞에 두고 우의적인 눈빛을 주고받을 때면, 나는 그저 그들을 진료하는 의사가 아니다. 나는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고 헤어진 가족을 재회하게 만들어주는 구명부표가 된다. 비록 조이의 경우는 불가능했지만, 나는 그들에게 그런 희망을 갖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아니면 그런 희망을 주지는 않더라도, 그냥 그들이 자기네가 겪은 비극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들을 상대로 초음파검사를 하고 나면, 다수의 젊은 여자들이 나에게 무서운 것을 요구한다. 뱃속에 있는 것이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어떤 폭력의 비극적인 결과이므로, 그것을 모체에서 분리하고 싶다는 것이다.
아이는 자기 이름이 아누아르이며 나이지리아에서 왔다고 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보코 하람이라는 단체의 조직원들에게 살해당했단다. 그 무장 단체의 조직원들은 자기들이 나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파괴하는 근본주의자들이라는 것이었다.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아이의 목소리에 절절한 증오가 배어 있음을 느꼈다. 아이가 울고 싶지 않을까 싶었다. 그건 나의 바람이기도 했다. 아이가 제발 울음을 터뜨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열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이가 겪은 일은 아이를 어른으로 만들어버렸다. 아이는 어린 시절의 모든 단계를 건너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