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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문화/역사기행 > 한국 문화/역사기행
· ISBN : 9791191266214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첫 번째 골목. 소공동과 명동
두 번째 골목. 광장시장
세 번째 골목. 해방촌
네 번째 골목. 세운상가
다섯 번째 골목. 이화 벽화마을
여섯 번째 골목. 충무로 인쇄골목
일곱 번째 골목. 문래 창작촌
여덟 번째 골목. 동묘 벼룩시장
아홉 번째 골목. 락희거리
열 번째 골목. 피맛길
에필로그
책속에서
이제 골목길은 이렇게 기록을 남겨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성공과 발전을 향한 우리의 성급한 발걸음이 묵묵히 곁을 지켜주던 친구 같은 골목길을 사라지게 만든 것은 아닌지…. 역사적 유물이나 특별한 기억이 있는 장소가 아닌 골목길을 굳이 탐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항상 곁에 있을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사라져버려 쉽게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린 골목길을 위해 우리가 시간과 돈을 들이는 이유는 아마도 그곳을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한다. 어디로 가야 한다는 초조함이나 반드시 가야만 한다는 강박 대신 흐르는 강물처럼 이어지는 골목길을 걷는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은 화폐박물관 바깥에 있다. 정확하게는 모서리에 새겨진 정초석이다. 얼마 전 정초석을 새긴 주인공이 초대 통감이자 하얼빈에서 안중근에게 총살된 이토 히로부미라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원래는 ‘定礎(정초)’라는 글자 옆에 이토 히로부미의 이름과 새겨진 날짜가 적혀있었는데 현재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연호인 융희(隆熙) 3년 7월 11일, 그러니까 1909년 7월 11일이 한문으로 쓰여있다. 광복 이후 새롭게 새긴 것이다. 은행이 지어진 시기를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서울 한복판에 이토 히로부미가 쓴 정초석이라니, 부끄러운 역사라고 해서 모두 없앨 수는 없으니 착잡한 일이다. 지금은 서울시립미술관인 경성재판소 역시 1928년 완공될 당시 조선 총독인 사이코 마코토의 이름이 남겨진 정초석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 또한 일본의 지배가 남겨놓은 깊은 흔적이다.
아울러 이곳은 1919년 3월 1일, 파고다 공원에서 시작된 만세 시위 행렬이 지나간 곳이기도 하다. 여러 갈래로 나뉘었지만 대부분 소공로를 거쳐 갔다. 그러니까 일본의 지배를 거부하기 위한 발걸음이 이토 히로부미의 흔적 옆을 지나갔던 것이다. 역사가 주는 무게가 새삼 느껴지는 대목이다.
- <첫 번째 골목. 소공동과 명동> 중에서(정명섭)
하지만 광장시장에 들어선 순간, 시장은 다른 의미의 골목길이라는 점을 느꼈다. 치열한 삶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광장시장이라고 하면 흔히 마약김밥을 비롯한 먹거리만을 떠올린다. 우리가 갔던 날도 음식을 파는 좌판과 상점에 손님들이 가득했다. 파는 음식도 다양해서 떡볶이와 순대 같은 분식부터 회와 비빔밥, 칼국수까지 다양했다.
우리는 대개 골목길이 조용하고 고요하며 텅 빈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골목길은 치열한 삶이 오가는 곳이다. 골목길을 통해 직장이나 가게로 출근하는 사람들, 좀 더 빠른 지름길로 가기 위해 좁은 골목을 오가는 행인들. 광장시장 역시 오가는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는 먹거리를 통해 골목과 닮은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광장시장이 처음부터 먹거리로 유명한 곳은 아니었다.
- <두 번째 골목. 광장시장> 중에서(정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