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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7387005
· 쪽수 : 200쪽
책 소개
목차
-내게 와줘
-우리 마을로 오세요
-좀비 마라톤
-작가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얼굴이 없었어요.”
제니의 말을 못 알아들은 철규가 물었다.
“뭐라고요?”
“손도, 발도 없었어요.”
철규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제니를 쳐다보았다.
“화장실 욕조에 시체가… 얼굴도, 손도, 발도 다 없었어요.”
말을 마친 제니가 구역질을 했다. 철규가 등을 두드려 주고 있을 때 남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도로에 널브러졌던 여자가 천천히 철규와 제니 쪽으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하반신이 완전히 으깨진 채로, 한쪽 팔로만 바닥을 짚어가며.
<내게 와줘> 중에서
수련은 트르 보험사의 설계사이자, 좀비 감별사라고 불리는 상담사였다. 좀비 감별사는 최근 유망 직업으로 떠오르는 새로운 직종이었다. 상황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경청하며 복기하고 메모하는 걸 좋아하는 수련에게 딱 어울리는 일이었다. (중략)
어제 저녁, 자신을 ‘아다’라고 소개한 그 남자의 이름은 ‘하타’였다.
“오늘의 규칙은 가상현실입니다.”
규칙, 현실? 거센소리. 괜찮은 건가, 수련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피하는 사람도, 차가운 눈빛을 보내는 사람도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매일 새로운 규칙이 생겼다 사라집니다.”
쪽지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하루만 통용되는 교칙.
<우리 마을로 오세요> 중에서
그녀가 변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자면서 제 어깨에 침을 흘리기에 많이 피곤한 줄만 알았어요. 그녀는 점점 무기력해졌습니다. 아침이 되어도 일어나질 못하고 열에 시달리며 침대에 누워만 있었어요. 그러다가 오후가 되면 의자에 앉아 하루 종일 손가락만 세고 있거나 이상한 말들을 중얼거리곤 했어요. 점점 목과 턱 부분이 늘어지더니 조금씩 부패하기 시작했어요. 눈동자도 갈색으로 변했고, 삼 일째 되던 날부터 그녀는 가끔 저를 알아보지 못했어요.
그녀가 좀비로 변해 가고 있어요. (중략)
하지만 그녀를 보낼 수 없었어요. 저는 그녀를 옷장에 숨겼습니다.
<좀비 마라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