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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504198
· 쪽수 : 308쪽
책 소개
목차
1부 혼자여도 괜찮을 거야
너 혼자, 박상순 / 혼자여도 괜찮을 거야 10
연보, 이육사 나는 / 어디에서 왔을까 또 어디로 갈까 16
봄나물 다량 입하라기에, 김민정 / 이름에도 뜻이 있다는데 22
지렁이 지키기, 오은경 / 비가 내리면 지렁이가 나온다는데 29
슬픈 무기, 박시하 / 꼭 삶이 전장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35
산유화, 김소월 / 네가 있으니 내가 있는 것 41
비숑큘러스, 배수연 / 마음과 다른 말들 46
꿈, 황인숙 꿈속에서라도 / 말할 수 있다면 53
좋은 것 커다란 것 잊고 있던 어떤 것, 유희경 /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알 수 없지만 58
유전 법칙, 채길우 / 가족이라는 빚 64
고구마, 김은지 / 고맙다고 말하는 삶 71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 / 혼자 살기의 어려움 76
가정집, 서효인 / 내 집은 어디 있나 82
분홍 나막신, 송찬호 / 신발이 닳아 없어져도 88
아침, 교외의 강변, 오장환 / 물가에 서면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 93
밤은 고요하고, 한용운 / 잠들지 못하는 밤에 99
오―매 단풍 들겄네, 김영랑 / 가을이라고 편지를 쓰지는 않지만 105
2부 내가 아프던 밤
당신의 고향집에 와서, 진은영 / 고향이 없어져도 112
오리 망아지 토끼, 백석 / 시골 작은 동물들 118
커피포트, 장이지 / 대체 그때 그 일은 뭐였을까 123
합주, 정끝별 / 혼자인 게 더 편하더라도 128
초대장 박쥐, 안미린 / 은박지로 할 수 있는 일 133
천변에서, 신해욱 / 생각을 손에 쥐고 138
추운 산, 신대철 / 눈사람이 되기까지 145
귀신 하기, 김복희 / 귀신은 뭐 하나 150
이 짧은 이야기, 김종삼 / 죄와 벌 156
구겨진 교실, 이기리 / 싫은 일은 금세 잊힌다지만 161
태권도를 배우는 오늘, 한연희 / 아무것도 배우지 않지만 모든 것을 다 배우며 168
나는 산불감시초소를 작업실로 쓰고 싶다, 유강희 / 나의 작업실은 어디인가 174
도로 주행, 임지은 / 베스트 드라이버는 못 되더라도 180
바깥, 김소연 / 집에 돌아오면 모든 것이 달라지는 188
홍역, 정지용 / 내가 아프던 밤 194
토끼의 죽음, 윌리엄 B. 예이츠 / 마음의 엔트로피 199
병원, 윤동주 / 아픔에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204
3부 계속 시작되는 오늘
남해 금산, 이성복 / 돌 속에 갇힌 사랑, 둘 속에 갇힌 사람 210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 정현우 / 슬픔 참기 슬픔 들키기 215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성미정 / 사랑이 뭐길래 221
애니를 위하여, 에드거 앨런 포 / 사랑밖엔 난 몰라 227
사랑의 전당, 김승희 상처뿐이라고 하더라도 238
기분 전환, 유병록 / 기분 뒤집기 244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이수명 / 왼쪽과 오른쪽 어디에도 비가 오지 않는다 250
환상의 빛, 강성은 / 나이를 먹더라도 255
합격 수기, 박상수 / 시기도 질투도 없이 260
나는 왕이로소이다, 홍사용 / 우는 사람을 보면 266
사과를 파는 국도, 박서영 / 사과 한 알 274
사랑은 현물(現物)이니, 유종인 / 그 사랑을 어떻게 증명하니 279
길, 김기림 / 모든 돌아오지 않는 것을 떠올리며 285
이런 詩, 이상 / 사랑은 이불킥을 타고 291
오늘, 황인찬 / 계속 시작되는 오늘 296
시인의 말
너는 내가 아니다, 나는 너다 30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너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런 말을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보고 듣기도 하는데요. 굉장히 특별한 고백으로 하는 말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기도 한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너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반대로 그렇기에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테고요.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를 개성적으로, 나다운 것으로 만드는 큰 힘이 되니까요. 네가 어떤 특별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네가 아주 멋지거나 훌륭해서가 아니라, 그저 네가 나와 다르기 때문에, 그 다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중요하고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참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죠? 하지만 당연한 이야기만큼 어려운 것이 없으니까요. 좋은 시는 언제나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아주 새삼스럽게 다시 깨닫게 해주기도 합니다.
생각을 계속 손에 쥐는 거예요. 이미 끝나버린 것을 알면서도, 이미 끝나버렸기에 더 오래 생각을 하고, 생각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시인이 말하는 것처럼, 그 생각들은 작고 동그랗지만 가차 없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일을 이만큼 절묘하게 잘 그려낸 시는 없는 것 같아요. 우리는 사랑이든 사랑의 아픔이든, 다른 무엇이든 끊임없이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무슨 생각을, 그리고 어떤 일을, 다 끝나버리고도 놓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나요? 그 생각 자체를 그만둘 필요는 없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을 계속 이어가는 만큼, 어떤 마음은 계속 살아 있는 것일 테니까요.
가만 보면 이 시는 참 비밀이 많아요. 우리는 이 시를 읽는 것만으로는 이 슬픔의 근원도 죄악감의 근원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어떤 슬픔이 그렇지 않을까요. 한 사람의 슬픔은 다른 사람으로서는 좀처럼 파악할 수 없죠. 한 사람의 슬픔이 들켜버리게 된다면,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 그것을 나누게 된다면, 그것은 분명 그 한 사람의 슬픔과는 다른 것이 되어버릴 테니까요. 이상하게도, 우리는 이 비밀스러운 시를 읽으면서 그 슬픔과 은밀함에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말할 수 없는 슬픔은 있게 마련이니까요. 이 비밀스러움은 우리 삶의 진실한 순간과 매우 가까운 것이기도 한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