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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25123431
· 쪽수 : 464쪽
책 소개
목차
주요인물 소개
프롤로그
1장. 두 개의 여행
2장. 게랑드
3장. 실종
4장. 발견
5장. 타나토스
6장. 에로스
7장. 소문
8장. 첩첩산중
9장. 여자들
10장. 미로
11장. 망중한
12장. 늙은 군인
13장. 파멸
14장. 지옥
15장. 죄악의 열매
16장. 마지막 편지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부르도는 니콜라의 침묵을 깨지 않고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부르도는 자신의 상관이 입을 다물고 있을 때는 무언가 생각할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방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밤이 깊었고, 거리는 희미한 초롱불이 겨우 비추고 있었지만 바람이 불면 그것마저 꺼졌다. 니콜라는 사르틴이 파리의 밤거리를 밝히고 시민들의 안전을 더욱 보호하기 위해 정비작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사르틴은 간판이 늘어나고 건물 앞에 처마를 많이 만드는 것에 반대했었다. 그런 것들은 길거리에 커다란 그늘을 만들고, 그 어두운 장소에서 소매치기나 노상강도 같은 범죄가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처마는 비바람에 잘 썩기 때문에 갑자기 떨어져서 큰 사고가 생겼었다.
때때로 마차 달리는 소리가 잠깐씩 들리지 않기도 했다. 마치 양탄자 위를 달리는 것 같았다. 썩은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을 보니 마차가 환자가 있는 어느 부잣집 앞을 지나는 것이 분명했다. 하인들이 마차 지나가는 소리를 죽이기 위해 집 앞에 퇴비와 짚을 내다 놓은 것이다. 또 어떤 곳에서는 얼었던 웅덩이가 깨지면서 얼음 위에 진흙탕물이 뿌려져 있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밀가루가 든 작은 주머니를 지나가는 마차에 던지는 것도 보였다. 하지만 사육제의 카니발도 곧 끝나고, 얼마 안 있으면 사순절이 시작될 것이다.
두 사람은 계단을 더 내려갔다. 시체 썩을 때 나는 악취가 지하의 막힌 공기 속에서 더 심하게 느껴졌다. 몇 걸음 가서, 왼쪽으로 두 번 돌았고 다시 한 번 몇 개의 계단을 넘었다. 니콜라는 부르도가 권총을 장전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파리의 뱃속에 가득한 오래된 지하통로들 중의 하나를 지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발아래에 수많은 쥐들이 우글거렸다. 쥐 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움직이고 있었고, 덩치가 큰 쥐들은 다른 쥐들 위로 껑충껑충 뛰어서 갔다. 쥐들의 찍찍거리는 소리가 날카롭고 쥐 떼들이 흥분해서 날뛰는 걸로 보아서 뭔가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걷다 보니 천장이 아치형으로 된 지하 동굴 같은 공간이 나왔다. 니콜라는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너무 놀라서 걸음을 멈추었다. 썩은 멧돼지가 꾸물거리는 벌레들로 뒤덮여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앞에는 쥐 떼들이 새까맣게 몰려들어서 우글우글 움직이고 있었다. 소름 끼치는 형상이었다. 니콜라의 뒤에서 오고 있던 부르도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이빨을 내밀고 사납게 달려드는 쥐들을 발로 걷어차야만 했다. 초롱불이 가까이 비춰지자 수백 개의 새빨간 점들이 불빛을 향해 반짝거렸다. 쥐들의 눈이었다. 부르도가 니콜라를 옆으로 밀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술병을 꺼냈다. 손수건에 술을 붓더니 불을 붙여서 쥐 떼들이 모여 있는 곳에 던졌다. 쥐들이 불덩어리에 타기 시작했고, 놀란 쥐들이 미쳐 날뛰며 찍찍거리고 우왕좌왕 난리가 났다. 몇 초 만에 놀란 쥐들이 도망을 치면서, 잠시라도 주변이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