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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25125633
· 쪽수 : 376쪽
책 소개
목차
1권
서장 7
한양, 혈귀 13
교하 29
보름달 75
안개 113
송임 147
기습 163
빗소리 205
허깨비 237
은(?) 269
송임의 이야기 307
닭 울음소리 347
2권
도깨비 7
감선(鑑?) 43
수(首) 81
회(廻) 111
효(曉) 131
연(連) 171
명(冥) 211
전(戰) 257
결(?) 307
해(解) 333
종장 367
작가 후기 37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바람이 몰아닥쳤다. 장지문을 겹으로 꼭꼭 닫아두어도 추운 날에 지금 온 방의 문이 뚜껑이라도 연 듯 훤히 열려 있다.
바람에 밀려드는 구름이 달을 삼켰다. 온 세상을 들썩거리며 쑤시는 바람은 거세었고, 그 속에 차가운 칼날을 세웠다.
지금, 땅은 얼어붙어 돌처럼, 숲의 나무들은 고슴도치 등같은 나뭇가지만 남은 지금, 그 누구도 은혜도 적선도 베풀 생각이 없는 지금, 이 추위에 맨몸으로 던져진 것이다.
소년은 흰 이마를 짚었다. 굳은 피가 이마에서 부스러져 떨어졌다. 얇은 어깨와 가슴은 이미 피투성이였다. 식어가는 피가 서늘한 비린내를 풍겼다. 자그만 손이 옷자락을 잡
았다. 소년은 옆에 앉은 소녀의 작은 머리를 안아 가슴에 묻었다.
“보지 마.”
어머니는 어디로 갔을까. 방금 전까지 옆에 있었던 것 같은데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버지를 부르러 간 걸까, 아니면 찬모를 부르러 간 걸까. 만약 둘 다 찾지 못한다면
어찌 될까.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어두운 곳으로 달음박질치고 있었다. 어머니는 결정적인 일에는 머뭇대다 다른 사람을 슬그머니 쳐다보며 물러나곤 했다. 그런 그녀가 두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끝이다.
명문가 도련님들이었고, 또 권력자들의 후계자이기도 하고, 다른 권력자의 사위이기도 하다. 감출 수도, 감춰지지도 않을 것 같았다. 대감, 참판, 판서, 온갖 벼슬의 이름이 춤추었다. 그들의 힘은 어느 정도일까. 그들의 힘에 더욱 힘을 주는 이들은 어느 정도일까. 주저앉고 엉엉 울었으면 좋으련만 그건 소용도 없었고, 그 소용없는 일을 하고 안심할 만큼의 성정도 되지 못했다. 그것마저도 못하니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얘들아.”
소년이 돌아보았다. 마당에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
아버지가 다가와 소년의 머리에 손을 얹고 소녀를 안았다. 소녀는 작은 강아지처럼 아버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래, 쉿, 쉿.”
갓난아이를 달래듯 어르고 달래던 아버지는 방 안을 보았다. 치워진다고 치워질 꼴이 아니었다.
“어떻게 된 거냐.”
한마디, 첫 한마디가 너무도 어렵다. 너무도 큰일이라 첫 한마디, 입으로 말해 인정하는 바로 그 순간이 너무나 두렵다. 그러나 일단 말하기만 하면 술술 나올 것이다.
“그…….”
소년이 중얼거렸다.
“…귀입니다.”
“귀라니, 무슨 소리냐?”
“혈귀.”
소년이 말했다.
“혈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