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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25126821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1부-세상에 남겨지다
2부-거짓과 함께
작가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다들 어디에 간 거야……. 저기요! 저기요! 아무도 없어요?”
크게 소리를 쳐보지만 메아리조차 울리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 번 다리에 힘을 주었다. 왼쪽 발목이 시큰거렸다.
무작정 사람을 찾아 뛰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소박한 식당에는 음식 향기조차 나지 않았고, 언제나 북적거리는 1,000원 마트에는 움직이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시장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었고, 그만큼 발목의 통증도 극심해져 왔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통증을 느끼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졌다.
시장의 입구에 도착한 나는 멈춰서 멍하니 그 안쪽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어디로 향한들 사람이 없을 것만 같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이곳의 어수선함이 사라지자, 마치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사라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침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세워둔 차로 다시 돌아가며 휴대폰을 꺼내 112를 눌렀다. 연결 멘트가 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의 진짜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젠장!”
자연스레 욕이 흘러나왔다.
“침착하자, 침착해야 해.”
스스로를 달래고 한숨을 크게 쉬었다. 그리고 크게 외쳤다.
“저기요! 아무도 없어요? 누구 있으면 대답 좀 해줘요! 제발……, 제발! 장난하지 말고 누가 대답 좀 해줘요! 저기요!”
목소리가 동네를 메웠다. 그들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내가 잠든 사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는 사람들이 있을까.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고개를 흔들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차 문을 열어 경적을 울렸다. 이제 이곳에는 아파트의 벨소리와 문을 두드렸던 소리, 그리고 내 목소리보다도 더 커다란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제발 누군가라도 이 소리를 들어 시끄럽다며 나타나길 바랐다.
경적 소리는 단번에 고요한 세상에 퍼졌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잠시였다. 내가 손을 때는 순간에 고요함은 다시 나타났고, 나는 그 고요함에 작은 흠집도 남길 수가 없었다.
이름이 사라졌다. 그건 또한 참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나를 도우려했던 남자가 내게 이름을 물었고,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이후로도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단순히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은 그 어떤 곳에도 내 이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에도, 이따금씩 오는 가짜 공과용지에도, 심지어 집 안에 있던 졸업앨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그것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흠집을 낸 것처럼 뿌옇게만 보여 나는 스스로의 이름을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그 자식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이 모든 것에 해답을 가진 남자, 나에게 힌트를 주려고 했던 바로 그 남자. 나는 그를 찾기 위해 몇 번이나 폐건물을 다녀왔다. 그의 말대로 나는 깨달았다. 하지만 세상은 더욱 오묘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 문제를 풀어줄 사람은 오직 그뿐인 것 같았다. 이제는 어렴풋이 느껴졌던 속삭임마저 들리지도 않았다. 나는 내일 다시 그 건물로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거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TV를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