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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

파파라치

이석용 (지은이)
  |  
청어람
2012-02-29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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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

책 정보

· 제목 : 파파라치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25127781
· 쪽수 : 424쪽

책 소개

제1회 황금펜 영상문학상 금상 수상작. "당신의 일상을 파파라치해 드립니다"라는 독특한 콘셉트와 함께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 길도의 차가운 세상으로부터의 자립과 들을 수 없기에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으로 바라본 의뢰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화두로 삼은 소설이다.

목차

제1장-독립 / 9
제2장-그러니 당신도 / 49
제3장-숨은그림찾기 / 109
제4장-지킬&하이드 / 179
제5장-레테(Lethe) / 241
제6장-코끼리 / 265
제7장-내가 개꿈을 꾼 것인지, 개가 내 꿈을 꾸는 것인지 / 311
제8장-그림자놀이 / 361
제9장-1분 23초 / 393
작가의 말 / 415
추천의 글 / 423

책속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의 시외버스 안 풍경을 바라보자. 운전기사의 뒷좌석에는 노부부가 자리하고 있었고, 그 뒤로 점퍼 차림의 중년 신사분이 신문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으로 아주머니가 어린아이를 안고 있었다. 출입문 언저리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 각각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맨 뒷자리 중앙에는 파란색 선수용 물안경을 쓴 청년이 조신하게 앉아 있었다. 가슴팍을 가로지르는 가방을 메고 있는 것과 목에 걸린 수첩을 보아서 우리의 길도가 틀림없었다.
어린아이는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 자꾸 고개를 돌려 뒤를 보려 했고, 그때마다 엄마는 힘으로 아이의 머리를 제자리로 돌려놔야만 했다. 여학생 하나가 손에 브이를 들고 셀카를 찍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물안경을 쓰고 앉아 있는 청년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쯤은 그 청년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학생의 휴대전화를 보니 스마트 폰도 아닌 터라 자신의 사진이 바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Social Networking Service)에는 오르지 않을 것 같아서 괜찮을 것 같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길도도 자신의 모습이 우스꽝스럽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수년 전 등굣길이었다고 했다. 여느 때와 같이 창가에 앉아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을 입안에 가두고는 볼이 볼록해지는 것을 즐기고 있었단다. 그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었나 보다. 30분이면 갈 수 있는 지하철을 마다하고 한 시간을 소모하고 두 번을 갈아타야 하는 버스를 타곤 했으니까. 그런데 그날따라 내리기 10분 전쯤부터는 바람이 잦아들더니 그냥 후덥지근한 더위만이 창가를 맴도는 것이 느껴지더란다. 그래서 약간의 조바심으로 버스 바깥으로 얼굴을 살짝 내미는 순간, 길에서 튕겨 오른 작은 돌 부스러기가 눈 옆을 스치면서 작은 상처를 내고 만 것이다. 버스를 내릴 때에도, 길을 걸을 때에도, 교문을 들어설 때에도 아무렇지 않던 길도가 제자리에 앉고 나서는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다. 이마를 책상에 처박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는 것을 양호실에 데려다 준 것은 단짝 천둥이었다. 늘 자신에게 남은 것은 볼 수 있다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길도가 아니던가. 그래서 그 이후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늘 물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 잠수용 해녀 물안경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일말의 사회성은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길도였다.


‘아,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전엔 고민이 있을 때면 당연히 지인들과 술자리를 통해 쌓여 있던 것들을 풀어냈었고, 또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만능열쇠가 독화살로 돌아오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는, 다만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 들을 수밖에 없는 그런 독화살이었다. 산책로가 끝나고 큰 길과 만나는 곳에는 대낮처럼 불 밝혀진 술집들이 모여 있었다. 김 부장의 다리는 아무 명령 없이도 그곳에서 멈춰 섰다. 타고 온 말이라면 목이라도 베어야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당당히 들어가 평소처럼 한 잔을 걸치고 멀쩡히 돌아가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것이 아무런 고통 없이 이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갈 지혜 같기도 했다. 술 한 잔 제대로 못하면서 부서의 리더는 고사하고 어떻게 사회생활을 꾸려 나갈 것인가 생각하면 앞이 깜깜해졌다. 하지만 술집 앞에서 번번이 진아의 얼굴이 방패가 되어 튕겨져 나오고 말았다. 한참 동안의 실랑이 끝에 뒷걸음질로 그 자리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하는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자신과의 싸움도 지치는가 보다.
골목 모퉁이를 돌아갈 즈음이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오래되고 먼지가 뿌연 그래서 가로등에도 을씨년스런 자동차 몇 대가 나란히 주차된 것이었다. 동질감과 다르지 않은 측은한 마음에 그 옆에서 담배 한 개비를 빼어 물었다. 가로등 불빛에 버려진 자동차의 상흔이 선명했다.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
피식하고 자조가 새어 나왔다. 더 가깝게 다가서고 싶었지만 먼지가 묻어나오지 않을 정도로만 다가섰다. 이미 온 동네 가게 홍보는 제가 다 맡은 양 스티커로 도배가 되어 있었는데 이상한 홍보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먼지 수북한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쓴 것 같은 글씨.
<당신의 일상을 담아드리겠습니다. -파파라치. www.iampaparazz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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