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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25129402
· 쪽수 : 300쪽
책 소개
목차
글쓰기를 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꽃동산
낙화유수의 시절
인간 병기들의 마을
며느리밥풀꽃
비비 교관
달과 부산 갈매기
라일락을 만나다
거대한 시계 속엥서
겨울 산행
임자도
실패
아메리카 소나타
호텔리어의 길
헬로우~ 헬로우~
불행한 이민자들
망자의 딸
호텔왕, 그리고 불경기
인간 상실의 시대
어둠의 시간
죽어가는 호텔리어들
자멸의 길과 자생의 길
희미한 옛 시절의 그림자들
존재하지 않는 시간 속으로
미국에 뜬 달
미국에 뜬 달
새로운 시간 속에서
아들과 함께
뉴욕의 라일락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이쯤 해서 내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할까 한다.
지금의 입장으론 나는 망자이다. 다시 말해서 죽은 사람이란 뜻이다.
그래서 현재의 신분을 밝히기에는 다소 모호한 편이다. 아니, 민망스럽기도 하다.
죽었다는 사실이 왜 부끄러워지는 걸까? 아내도 아마 여기에 대한 해답은 쉽게 내놓지 못할 것이다.
죽기 전까지 나의 직업은 호텔리어였다.
C 호텔 그룹의 창시자 겸 대표였는데, 몇 년 전부터 닥친 극심한 불황의 여파로 인하여 그야말로 몰락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아우성을 쳐댔고, 나는 무거운 짐 진 자처럼 고달팠다.
불가항력적인 사태였지만 책임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미국 내 여러 주에 산재해 있는 호텔들을 나는 마치 몰락해 가는 여러 성을 둘러보는 군주처럼 그렇게 떠돌아다녔다.
안개가 자욱한 산골짜기에 말을 타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그런 그림이 있다면 그것은 영락없는 나 자신의 초상화일 것이다.
대부분의 성은 침침하고 어둑했다.
어떤 성은 텅 빈 것처럼 을씨년스러웠고, 성을 지키는 자들의 모습도 초췌함이 역력했다.
…
먼 데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엔가 불이 났나 보다 생각했는데, 그 소리는 점차 크게 들려오더니 이윽고 내가 있는 주변에서 멈추었다. 그러자 나의 몸은 진공 속의 부양체처럼 지상을 떠올랐으며 멀리선 하늘이 울렁거렸다. 그때 하늘에서는 커다란 태양이 어지럽게 움직였고, 희미하게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식이 없습니다. 코마 상태로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