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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5132792
· 쪽수 : 51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제1부 - 과거
1.
2.
3.
4.
▶ 제2부 - 현재
5.
6.
7.
8.
9.
10.
▶ 제3부 - 미래
11.
에필로그
작가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현주야.”
생각이 떠오르기도 전에 말이 먼저 나왔다. 헐떡거림 같은 그의 목소리는 시장통처럼 시끄러운 로비의 소음을 뚫고 여자에게 안착했다. 여자, 현주는 고개를 들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방금까지 현주의 눈동자는 어지럽고 흐릿했다. 그러나 강현을 발견하자마자 흑갈색 눈은 시리도록 차가운 빛을 강렬하게 뿜기 시작했다.
“현주야.”
강현은 다시 내뱉었다. 이번에는 침착한 목소리이다.
다행인가? 아니, 다행이든 아니든…….
이번에도 생각하기도 전에 먼저 몸이 움직였다. 그는 뛰어가듯 단숨에 한 걸음 앞까지 걸어갔다.
“장현주.”
그는 눈앞에 있는 여자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거의 2년 만이다. 이렇게 이름을 말하는 것도, 만나는 것도.
“잘 있었니?”
또다시 입에서 제멋대로 질문이 튀어나갔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에게 으레 그러하듯 안부 인사였다.
답을 할까?
그를 알아보고 싸늘하게 변했던 현주의 눈동자는 이제 시퍼런 칼날 같은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강현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인사를 해선 안 된다. 아니, 애초에 인사 자체를 해서는 안 되었다.
“어떻게.”
마스크 밑으로 현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수 있는 거지?”
그녀의 질문에는 증오나 미움, 짜증처럼 강현이 예상했던 감정은 없었다. 현주는 그저 궁금하게 여기고 있었다.
“너한테는 아무 일도 없어서 그런 건가?”
현주는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답을 요구하는 게 아니었다.
“현주야?”
“이렇게 마주치는 것도 싫네. 뻔뻔하기 그지없는 신강현 씨, 다음부터는 모른 척 그냥 가버려.”
현주는 몸을 돌려 옆으로 걸어갔다. 강현의 몸은 이번에도 제멋대로 움직여 그녀의 왼팔을 잡아챘다. 강현이 팔의 감촉을 느끼기 전, 현주는 움찔거리더니 그대로 그의 손을 뿌리쳤다.
“현주야!”
그녀가 그의 부르짖음을 무시하며 가장 가까운 여자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자 강현은 쫓아갈 수가 없었다. 그는 입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선 채로 기다렸다. 아니, 기다리려고 했다.
“이사님.”
강현이 현주를 발견한 뒤 몇 걸음 떨어져서 상사의 사생활을 지켜주던 손 수행비서가 다시 나섰다. 매우 난처한 기색이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맞는 말이다. 병원 여자 화장실 앞을 지키는 멍청한 짓거리 따윈 정상인이라면 해선 안 되었다. 더군다나 신강현은 EH그룹 일가이다.
“알았습니다.”
라고 바로 내뱉었으나, 강현이 움직인 건 손 수행비서가 다시 독촉한 뒤의 일이다. 차가 정말로 병원에서 빠져나갈 때 강현은 참기 힘든 고통을 내리누르듯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현실이 바뀌는 건 아니었다.
그와 현주는 헤어졌다.
“아니야.”
강현은 조용히 내뱉었다.
“내가 버렸지.”
2년 전, 신강현은 장현주를 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