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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5135052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1권
1. 프롤로그
2. 조선기생 홍금보
3. 병풍 후 립신구 (屛風後立身嘔)
4. 온이유 홍금보 (溫而幽 紅檎寶)
5. 명일야 (明日夜)
2권
6. 색주부(色酒婦) 뎐
7. 생즉필사 사즉필생 (生卽必死 死卽必生)
8. 안녕 박수타
9. 봉별소판서세양 (奉別蘇判書世讓)
10. 속(續) 색주부(色酒婦)뎐
11.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머나!”
난생처음 보는 사내의 속살에 기겁을 하며 두 눈을 가린다.
[그것이 아니라 손을 내리고 여기를 좀 보시오.]
박수타가 이렇게 말하며 금보의 손을 덥석 잡아끈다. 손목을 잡힌 금보가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떴다. 그리자 벗은 사내의 몸뚱이가 코앞에 바싹 다가와 있는 것이 아닌가?
“왜 이러시오!”
그녀가 사내의 몸을 와락 떠밀었다. 그 힘에 박수타가 쿵하고 엉덩방아를 찧는다.
[아니, 이걸 좀 보라고…….]
박수타가 몹시 억울한 얼굴로 품에서 꺼낸 서책 두 권을 번쩍 들어 보인다.
“서책?”
예상치 못한 물건의 등장에 금보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박수타가 그중 한 권을 금보의 손에 쥐어준다. 금보가 호기심에 책을 펼쳐본다. 그러자 무방비 상태의 그녀의 눈에 총천연색의 춘화가 기습적으로 들어온다. 벗어놓은 옷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방 안에서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벌거벗은 남녀가 머리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하고 뱀처럼 뒤엉켜 서로의 은밀한 곳을 혀로 핥고 있는 음란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다. 그 서책은 바로 ‘색주부뎐’이었다.
“아이고, 망측해라! 지금 나보고 이런 걸 따라하란 말이요?”
성격만 괄괄했지 이런 쪽으로는 영 숙맥인 금보가 펄쩍 뛰었다.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 그 난잡한 그림에서 쉬 눈을 떼지 못한다.
“매일 밤…… 나에게 서책을…… 읽어주시오.”
박수타가 더듬더듬 조선어로 말을 한다. 장이강이 아닌 다른 통사관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조선말로 번역을 해달라고 부탁해 어제 밤새도록 달달 외어온 것이었다. 오기로 이 상황까지 밀어붙이긴 했지만 그의 생각은 여전히 같았다. 그녀의 마음도 없이 육체만을 억지로 취하고 싶진 않다. 그래서 결심했다. 조선의 말을 배워 그녀에게 진심을 고백하겠다고. 그 누구도 통하지 않고 그의 입으로 한마디, 한마디 자신의 절절한 연정을 전하고 싶다. 그래서 모든 오해를 풀고 그녀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 그리고 꼭 그리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까 ‘색주부뎐’은 일종의 조선어 교재였다. 금보가 조선말로 책을 읽어주면 자신은 한자로 된 책을 보면서 그 뜻을 이해해 말을 익히는 것이다.
“나에게 서책을 읽어주시오, 매일 밤…….”
박수타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말을 되뇐다. 그런데 다음 할 말이 뭐였더라?
“매일 밤, 당신과…… 하고 싶소.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