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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혼인

시월야 (지은이)
  |  
청어람
2013-11-11
  |  
11,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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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책 정보

· 제목 : 혼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5135472
· 쪽수 : 560쪽

책 소개

시월야의 로맨스 소설. 양부의 탐욕에 의해 대상단을 이끄는 김준수에게 혼인을 청해야 하는 비운의 여인. 하지만 그녀가 만난 사내는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사내였다. "이 손 놓아주십시오. 아직 혼인을 하지도 않은 여인을 이리 희롱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목차

서장
1장~16장
그 후 이야기
작가 후기

저자소개

시월야 (지은이)    정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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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우선 약속도 없이 이렇게 불쑥 찾아온 건 무척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고,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사과는 받았다 칩시다. 용건이 무엇입니까?”
“지금 이 혼담 다시 한 번 재고해 주실 수는 없겠는지요?”
효진은 간절함을 담아서 사내에게 물었다. 마지막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한다면 그녀는 차마 또 한 번의 용기는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저는 혼인이 필요 없다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혼인을 한다고 해서 저에게 이득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여인 된 몸으로 혼인을 계속 청하시는 겁니까?”
말투는 공손하게 들렸지만 내용은 신랄하게 지금 효진의 행동을 비웃는 것 같았다. 효진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차마 그 속내까지 짐작할 수 없게 만들었지만 사내의 눈빛만큼은 무심해 보였다.
“나리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 또한 이렇게 혼인을 청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매우 부끄럽고 민망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만한 사정이 있어 이렇게 청을 드리는 것입니다. 어차피 혼인이 필요 없다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한 목숨 살리는 셈치고 저와 혼인해 주십시오. 혼인을 하고 나서는 나리 하시는 일에 일절 참견을 하지도, 말을 하지도 않고 조용히 살겠습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십시오.”
“저는 장사꾼이라 이문이 남지 않는 일에는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아버님께 말씀드려 예조에 물건을 납품할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이 나라의 모든 물품이 이 조양상단을 거치지 않은 것이 몇 개나 되겠습니까? 그런데 예조쯤이야…….”
“하면, 세금을 낮추어달라 청해 드릴까요?”
“지금 내고 있는 세금도 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하면,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모두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저와 혼인을 원하시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두루뭉술하게 목숨 운운하지 마시고, 진짜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유가 합당하다 생각하면 한번 고려해 보겠습니다.”
사내의 눈빛에서 흥미로운 무언가를 발견한 것처럼 반짝임이 있었다. 효진은 무언가 더 들어갈 틈이 있다는 생각에 떨리는 마음으로 그 이유를 이야기하기 위해 입을 떼려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내의 제지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그전에 잠시 하나만 확인하고 듣도록 하지요.”
“무슨…… 흡!”
사내는 효진이 무어라 대답할 틈도 없이 그녀의 팔을 잡아 자신 쪽으로 잡아당겨 자리에 눕혔다. 사내의 얼굴이 가까워진다고 느낀 순간 효진의 입술에 말캉하고 따뜻한 것이 닿았다. 촉, 하고 떨어지는 입술에 효진은 어이가 없어 저항의 말이 나오려는 순간 또다시 입술이 닿더니 잡아먹을 듯 사내의 혀가 그녀의 입술을 가르고 들어왔다.
두근!
분명 화를 내고 사내의 뺨이라도 쳐야 하는 상황인데 몸에 힘이 들어가지가 않았다. 이 무도한 사내의 행동에 제재를 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농밀한 입맞춤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평온한 자신의 내부를 휘저으며 그녀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움직임과 따뜻함에 아랫배가 조여오는 것 같았다. 능수능란하게 그녀의 입술을 농락하는 사내의 움직임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약한 신음성이 새어 나왔다. 효진은 소리를 낸 스스로에게 놀라 정신을 차리고 사내를 밀어내려 했으나 사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입술을 더욱 느리게 맛보며 입술을 떼고는 다시 짧게 입을 맞추더니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효진은 사내가 자신에게서 떨어지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미처 사내를 밀어내지 못했다는 수치심과 당황스러움에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왔다.
“아, 아니, 이 무슨 황망한 행동이시란 말입니까?”
무슨 말이든 더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얼굴만 붉힌 채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리는 효진의 모습을 보고 사내는 오히려 그녀를 안아 일으켰다. 그리고 익숙해 보이는 손길로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었다. 그 손길이 거침이 없어 효진은 더욱더 기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정도 일에 이렇게 놀라시다니요. 소저께서는 이 늦은 시각 외간 사내의 집에 들어오면서 이 정도의 각오도 없이 오셨단 말입니까? 앞으로 또 다른 혼담의 상대의 집에 이렇게 찾아든다면 지금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사내를 아직 잘 모르시나 봅니다.”
효진은 그의 말에 더욱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묘한 질책과 다부지지 못한 태도에 대한 경고의 의미처럼 받아들여지는 사내의 말투에 가슴속에 쌓여 있던 견고한 무언가가 와장창 부서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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