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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5136202
· 쪽수 : 456쪽
책 소개
목차
1. 이건 예술이다!
2. 여우 같은 남자
3. 술에 취해 벌인 일
4. 안녕
5. 크리스마스의 저주
6. 우리 만난 적 있나요.
7. 누구냐, 넌
8. 상처
9. 안 되면 되게 하라!
10. 새롭게 알게 된 것들
11. 혼란
12. 위험한 남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커다란 테이블에 빈 도시락 상자들이 놓였고, 잘생긴 남자는 거기에 하나하나 준비한 음식들을 담아 나갔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안경 쓴 남자와 갈색머리도 이 시간만큼은 모든 일을 멈추고 잘생긴 남자의 손 움직임에 집중했다.
“잠깐만 오시겠어요?”
잠시 후 그가 나를 불렀다. 주방 테이블에는 네 개의 상자에 담긴 음식과 작은 유리병에 담긴 미숫가루, 국그릇에 담긴 미역국이 놓여 있었다.
뽀얀 국물의 전복미역국,
각각 다진 고기와 삶은 계란의 노른자, 김 가루에 굴린 세 개의 주먹밥과 하나의 영양주먹밥,
초록빛이 도는 두부와 통깨를 올린 볶음 김치,
튀김가루를 묻히지 않은 단호박튀김과 귤 슬라이스 모양의 얇은 연근튀김,
그리고 그 아래에는 붉은 실고추를 올린 검은콩비지전,
쫄깃한 기름기가 도는 절편궁중떡볶이와 갈비,
후식으로는 따끈하고 묵직해 보이는 호두브라우니와 계절과일,
앙증맞은 미숫가루음료.
이 많고 예쁜 것들이 상자에 가지런히 멋지게, 화사하고도 깔끔한 데코로 담겨 있었다.
세상에!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건 예술이다!
초등학교 때 엄마가 싼, 찹쌀떡처럼 진밥의 김밥만이 도시락이라고 알고 있던 내게 이 남자들의 요리는 새로운 세계였고 환상의 세계였다. 요리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이들이 있다더니.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내게 허락을 구한다는 듯이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 눈동자가 반짝거려서 그가 한없이 순수해 보였다. 송주가 이런 남자는 조심하라고 했는데. 28년 솔로 인생에 이런 날도 있구나.
내가 상황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저 빛나는 도시락들과 그를 번갈아 보고 있을 때, 그가 말을 걸었다.
“맛을 보는 게 낫겠어요?”
그는 길고 하얀 손을 뻗어 다진 고기 고물을 묻힌 주먹밥을 내게 내밀었다. 이걸 어쩌라는 거지? 아, 해서 받아먹으라는 건가? 나는 다시 한 번 망설였다.
“손 깨끗해요. 드셔보세요.”
나는 주먹밥을 손으로 받아 입에 넣었다. ‘아’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지만, 오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 먹는 모양새만 쳐다보는 세 남자 앞에서 천천히 주먹밥을 씹어 먹었다. 처음엔 긴장해서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후 평온함이 찾아왔다.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은 일단 80점은 먹고 들어간다. 하지만 나는 플러스 220점 정도는 더 주고 싶었다. 300점짜리 주먹밥이었다.
“진짜 맛있어요!”
그들은 서로 마주 보면서 미소 지었다. 서로에게 보내는 오케이 사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