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9821203
· 쪽수 : 432쪽
책 소개
목차
저자소개
책속에서
“소녀는 이제까지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왕제님은 앞날에 줄지도 모를 마음까지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듣기에 좋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으로 소녀를 책망하신 건 왕제님은 지금 어떤 여인도 마음에 담고 있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미 누군가에게 주었거나 주었다가 찾아온 마음은 있으신지요?”
가리온은 을영의 얇고 작은 입술이 콩부리(옛말, 새끼 새의 노란 부리)처럼 종알거리는 걸 홀린 듯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눈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조금 늦게 입을 열었다.
“없소. 마음을 준 적도, 주었다가 빼앗아 온 적도, 앞으로 주려던 사람도.”
그의 답에 을영은 이유를 알지 못하고 미칠 듯이 기뻐졌다.
“어쨌든 그대는 서라벌이 아닌 왕성에 있소. 무엇보다 마음을 아직 주지 않았다고 하니 내가 전력을 다해 막으면 되는 것이겠지.”
을영의 가슴이 펄떡거리기 시작했다. 이걸 마음대로 해석해도 되는 걸까. 제멋대로 오해해도 되는 걸까.
“그대의 마음을.”
그는 여태껏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가만히 당겨 제 심장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갖겠소.”
그녀의 하얗고 가는 손이 약간 그을어 강건해 보이는 맨살 위에 있었다. 바위처럼 단단해 보여 차가울 것만 같던 그의 살갗은 실제로 매우 따뜻했다. 급작스러운 수줍음이 을영을 덮었다. 당황한 그녀가 손을 살짝 비틀어 빼려 했으나, 그는 손목을 더욱 단단히 붙잡아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를 어쩔 줄 모르게 해 놓고, 그는 잘 것처럼 눈을 꼭 감아 버렸다. 잠시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그녀가 부끄러움에 고개를 틀었을 때 그가 눈을 떴다. 그는 그녀의 볼과 귓불이 점점 발개지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