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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9822811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8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작가님, 저희가 느닷없이 원고를 달라고 말씀드리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현재 저희 출판사 사정이…….”
“그게 나와 무슨 상관?”
“물론 없지요.”
하긴 그놈의 상관은 나에게 있지. 대출금 때문에, 그리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설설 기게 만드는 동음이의어인 상관, 망할 놈의 사장 때문에.
“그래서 이렇게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부탁한다고 없는 원고가 툭 떨어지면 나야 좋지. 머릴 쥐어짤 필요도 없고.”
이건, 그러니까 아직 쓴 원고가 없다는 말인데, 일단 한 걸음 후퇴.
“그럼 언제까지?”
“나도 언제까지 글 나와라 뚝딱! 해서 나오면 참 좋겠어.”
안다고, 알아. 내가 바보야? 다 알고 있다고. 그러니까 그만 좀 이죽거려!
“헤헤헤, 죄송합니다. 보채고 싶지는 않은데, 회사 사정이 좀 급박한지라.”
물론 내 대출금도.
“일단 내일까지 생각해 보고 말해 주지.”
“내일이요?”
그녀의 물음에 윤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물러가 전화를 기다리겠습니다.”
“물러가? 어딜?”
“서울로.”
“어떻게? 저 바다를 헤엄쳐서? 그 팔다리로?”
“그야, 배를 타고.”
“죽고 싶음 뭔 짓을 못해.”
“죄송하지만, 흠흠,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유진은 시선을 슬쩍 피하며 말했다. 어쩌면 윤우도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읽었는지도 모른다.
“눈 있음 봐.”
그가 어깨 너머로 고갯짓하며 대꾸했다. 유진은 먼바다를 바라보았다. 모두 회색이다. 짙은 회색, 덜 짙은 회색, 그보다 옅은 회색. 저게 뭐 어때서?
“떠 있는 배, 한 척이라도 있어?”
“아…….”
없다, 한 척도.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은 하늘뿐이었다. 파도는 말 그대로 으르렁대고 있고, 하늘 역시 그에 지지 않았다.
“어쩌죠?”
“그걸 왜 나에게 묻나?”
진짜 이 양반이 보자 보자 하니까. 혀를 잘라 먹었나, 왜 계속 반말이야?
“파도가 잦아들면 오늘 배가 뜰까요?”
“배는 하루에 한 번. 오늘 못 타면 내일 타는 수밖에.”
“아, 어쩌지.”
유진은 걱정과 원망을 섞어 먼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한참 만에 어깨를 들썩이며 중얼거렸다.
“하룻밤 더 잔다고, 뭐 큰일이라도 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