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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9824341
· 쪽수 : 384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Chapter 1. 유구무언(有口無言)
Chapter 2. 유비무환(有備無患)
Chapter 3. 지피지기(知彼知己)
Chapter 4. 행불무득(行不無得)
Chapter 5. 유지경성(有志竟成)
Chapter 6. 오매불망(寤寐不忘)
Chapter 7. 운우지정(雲雨之情)
Chapter 8. 종천지모(終天之慕)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네 손 나한테 저당 잡힌 거 잊으면 곤란해.”
‘망할. 그게 언제 적 얘긴데!’
“그러게 왜 남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 허락도 없이.”
입만 막히지 않았다면 두진은 욕을 다발로 퍼부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 시현과 처음 만났었다. 같은 학년, 같은 반, 짝으로. 귀티 나는 예쁜 이목구비와 뽀얀 피부가 신기해서 저도 모르게 손으로 볼을 살짝 건드려 본 게 전부였다. 인형 같아서 살아 있는 건가 확인차 찔러 본 거였다. 그랬는데 놈이 두진의 손을 덥석 잡아 내리며 차갑게 말했었다.
[앞으로 이 손은 내 거야.]
[어? 왜?]
맹하니 묻는 두진에게 시현이 말했었다.
[허락 없이 날 만졌으니까.]
그 뒤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시현은 툭하면 두진을 부려 먹었다. 어이, 손. 저것 좀 가져다줘. 이거 치워 등등. 싸가지를 말아 먹은 말과 행동을 서슴없이 했다. 왜 그때마다 거부를 못 했는지. 두진은 두고두고 자신의 우둔함과 어리숙함을 후회했다.
3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삼수를 하고 의대를 들어간 걸 두진은 두 번째로 후회했다. 의대에서 그를 마주쳤을 때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경악스러웠다.
인턴까지 무수한 고비를 넘기며 견뎌 왔고, 이제야 그에게서 해방되겠거니 생각했었다. 과가 다르면 마주칠 일도 거의 없었다. 수술이 거의 없는 과를 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랬는데. 지금 시현이 두진의 희망을 산산이 무너트리고 있었다.
‘그러는 넌 왜 남의 몸을 함부로 덥석덥석 만지는데!’
그녀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들은 건지 시현이 친절하게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내 거니까. 내 맘대로 하는 거지.”
‘뭐?’
“다 왔다.”
청천벽력 같은 시현의 말에 두진이 몸을 움찔거렸다. 그녀가 천천히 눈동자를 굴려 흉부외과 명판을 올려다보았다.
‘허업!’
마치 그곳이 지옥이라도 되는 듯 두진이 몸서리를 쳤다. 시현이 두진을 품에서 놓아주고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앞으로 잘해 보자. 손.”
시현이 지옥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