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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흔적

지혜인 (지은이)
  |  
루비레드
2017-01-12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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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책 정보

· 제목 : 흔적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9824464
· 쪽수 : 240쪽

책 소개

지혜인 장편소설. "숨겨 줄게. 아무도 모르게… 안전하게." 파산 직전의 집안, 원치 않는 상대와의 결혼. 알량한 동정심이라도 괜찮았다.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목차

프롤로그
1. 동생의 여자
2. 숨겨 줄까?
3. 이유가 필요해?
4. 달콤한 거짓말
5. 내가 너 만지는 거 싫어?
6. 자고 갈 거야
7. 그거 알아? 우리 같이한 거
8. 결혼할 여자 있습니다
9. 사랑해 고은서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저자소개

지혜인 (지은이)    정보 더보기
로망띠끄와 네이버 카페 로맨스 작가 모임 달 위에서의 차 한 잔에서 활동 중. -종이책 출간작- [상처, 가슴에 묻다], [늑대를 삼킨 여우], [홍희], [길들인 꽃], [하고 싶다, 사랑], [오늘 밤 더 깊은], [흔적], [흉터] -이북 출간작- [인형의 그림자], [뜨겁고 강렬하게], [파괴], [달콤하게 먹어 줄게], [나쁜 중독], [펜트하우스 황제]
펼치기

책속에서

“떠날 생각이었니?”
“……!”
“말해 봐. 왜 이곳에 네 흔적, 남겨 놓지 않으려고 애쓴 것인지.”
태오의 계속된 질문에 은서의 표정이 점점 창백하게 변해 갔다. 그는 하아, 무겁게 한숨을 내쉰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내 짐작이 맞았구나.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일한 거였어. 악착같이 돈 벌어서 어느 날 훌쩍 떠날 생각이었어.”
혼란스러웠던 감정이 서서히 가라앉은 후, 태오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은서를 위해 집을 구입하고 그녀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게 간단하게나마 살림을 넣어 주었지만, 들어온 것은 사실 처음이었다. 그런데 깨어났을 때도 느꼈지만, 집 안은 지나치게 썰렁하고 사람의 온기가 전혀 없었다.
화들짝 정신을 차린 태오가 집 안을 꼼꼼하게 둘러보기 시작했다. 둘러볼수록 그는 놀란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가전제품은 박스조차 풀지 않은 채 모두 벽 쪽에 쌓여 있었고, 냉장고는 아예 전원을 넣지 않은 상태였다. 가스레인지에서도 사용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유일하게 사용한 것은 전기포트. 그마저도 술에 취한 그를 위해 꿀물을 타주려고 사용한 것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황당하고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녀의 의도에 대해 알아차리게 됐고 슬슬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겨우 정리한 머릿속은 혼란으로 뒤죽박죽 엉망으로 변해 갔다. 이제 겨우 자신의 감정을 알았는데, 그 상대는 처음부터 도망갈 작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알고 있다. 은서가 사랑하는 존재가 누군지. 그래서 더 화가 치밀었다. 어쩌면 고은서 마음에서 동생 태은의 그림자를 몰아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자신과 달리 가장 순수했던 순간에 찾아온 사랑일 테니까. 더구나 이루지 못한 안타까운 마음까지 생각하면 동생에 대한 질투와 은서에 대한 원망이 심경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오빠 전…… 그러니까 그건 아니에요.”
“뭐가?”
그가 무뚝뚝하게 묻자 은서가 고개를 돌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다시 고개를 돌린 은서는 제법 당찼다.
“이미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도 말씀 드렸듯 누구에게도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았어요.”
“민폐가 아니라면. 내가 원해서 준 도움이라면?”
“……!”
“알아. 내가 널 도와준 이유.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 뒤늦게 깨달았고 난 그걸 설명하고 싶었어.”
“그게…… 무슨?”
그는 설명 대신 그녀를 번쩍 안아 식탁에 앉힌 후 은서의 다리 사이로 들어와서 섰다. 민망한 자세에 놀랄 틈도 없이 그는 한 손으로는 은서의 등을 감싸고 다른 한 손은 턱을 잡아 고정했다.
“……!”
갑작스러운 행동에 은서가 커다랗게 눈을 뜨며 다급하게 숨을 삼켰다. 그녀를 더더욱 커다란 충격에 빠트린 것은 자신을 태울 듯 바라보는 태오의 뜨거운 시선이었다.
“……!”
은서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욕망이 들끓고 숨이 막힐 정도로 집요했다. 놀란 은서가 눈을 내리깔며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는 그녀의 외면을 참을 수 없다는 듯 턱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줬다. 이어서 그는 그녀가 자신을 똑바로 보도록 턱을 위로 치켜 올렸다. 다소 강압적인 힘에 은서가 내리깔았던 눈을 뜨며 그를 올려다봤다.
“다른 곳, 보지 마.”
“오……빠.”
시선보다 더 강렬하고 단호한 어조에 은서는 꼼짝할 수 없었다. 더는 그를 피할 수도, 그렇다고 눈을 감아 버릴 수도 없었다. 그만큼 위협적인 시선이었다. 겁먹은 은서의 눈동자가 잘게 떨리며 굳어 있던 입술이 파르르 떨었다.
“늦었어, 고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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