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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9825805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10. 창조신
11. 축제
12. 후궁
13. 콴의 꽃
14. 마지막
외전 1. 아살타의 첫 사랑
외전 2. 사막의 엘프
외전 3. 죄인
외전 4. 어느 날의 미래
저자소개
책속에서
“저는, 아살타의 마음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기다리지. 그대가 아주 많이 상처받고 괴로웠다는 것 정도는 안다.”
다정한 체 굴었지만 그는 점점 기분이 좋지 않아진 듯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가 하는 말이 아멜리아가 울부짖었던 그날의 기억을 토대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왠지 나를 위로하는 것 같아 가슴이 술렁였다. 피투성이로 갈기갈기 찢어진 상처를 어루만지는 듯한 감각에 시야가 흐려졌다. 누군가 명치 부근에 뜨거운 불덩어리를 쑤셔 넣은 기분이었다.
“……그대의 몸은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으니 너무 울면 곤란해.”
“갑자기, 왜…… 그런 마음이 드셨나요. 제가 싫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그대는 내 취향이 아니었어.”
아살타가 씩 웃으며 눈물로 젖은 눈가를 부드럽게 문질렀다. 적응되지 않는 다정함에 한없이 매달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한편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무서웠다. 그는 다정한 남자가 아니었고 오히려 폭력적이고 사나우면 사나웠지 부드러움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덩치부터가 위협적으로 커다랬고 그의 무력은 손에 꼽힐 정도로 강했다. 실제로 아멜리아가 온 미래에서 그가 일으킨 폭풍을 생각하면 두려운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의지하고 싶었다. 그가 미쳐 버리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나는 그대가 아주 마음에 든다.”
“제가 그 마음에 보답할 수 있으리라 보시나요.”
아살타는 내 얼굴에서 손을 떼어 내고는 나를 가뿐히 들어 올려 침대로 옮겨 주었다. 무겁지도 않은지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나를 침대에 눕힌 아살타는 얇은 이불을 덮어 주며 커다란 손으로 내 눈을 가렸다. 시야가 어둡게 물들자 그의 낮은 목소리가 더 선명했다.
“그대는 보답을 바라며 그를 사랑했나?”
“……모르겠……습니다.”
“내가 보기엔 그대는 그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더군. 그래서 궁금해졌다. 그대의 그런 사랑이 정말, 그렇게 행복했는지.”
내가 입을 꾹 다물자 그가 내 이마를 쓸어 올렸다.
“바라만 보아도 행복하다 했던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하루 종일 기쁘다고 했었지.”
나는 그의 황금색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황위 계승자의 증거인 황금색 눈동자는 선명한 색으로 일렁거렸다. 내 머리카락이 그의 짙은 색 손에 의해 이마 위로 흐트러졌다.
“그대를 보면 즐겁다. 그대가 웃기라도 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그러니, 나도 한번 해볼 생각이다. 그대가 했던 ‘사랑’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