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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31007435
· 쪽수 : 240쪽
책 소개
책속에서
이 세상에 음악이 있다는 것, 인간은 때때로 마음속까지 박자에 따라 움직이며 하모니로 가득 채워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언제나 깊은 위안을 주었으며 모든 생활의 의미를 긍정해주었다. 아, 음악! 한 선율이 네 마음에 떠오른다. 너는 소리도 없이 마음속으로만 그 선율을 노래한다. 네 몸과 마음은 그 선율에 젖어들어 온 힘과 움직임을 빼앗긴다. 그것이 네 마음속에 살아 있는 동안에는 네 마음속의 모든 우연한 것, 나쁜 것, 거친 것, 슬픈 것을 씻어버리고, 세계를 공명(共鳴)시키며, 무거운 것을 가볍게 하고, 마비된 것을 날아가게 한다.
인간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충만된 희망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때로 고독에 대해, 아니 그뿐만 아니라 지루하고 공허한 나날에 대해 이상하게도 희미한 베일 너머로 어렴풋이 느껴지는 듯한 향수에 젖었던 것이다.
그날 밤 나는 오랫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열과 불안으로 괴로웠기 때문이 아니고, 내 봄이 다가오고 내 마음이 오랜 열정적 방랑과 겨울을 거쳐 올바른 길에 들어섰음을 알았기 때문에 눈을 뜬 채 잠을 청하려 하지 않았다. 희미한 밤빛이 방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생활과 예술의 모든 목표가 남풍 부는 무렵의 청명한 언덕처럼 뚜렷하게 가까이 있었다. 내 생활에서 때로 아주 사라져버리는 소리와 숨겨진 박자를 전설적인 유년 시절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남김없이 느낄 수 있었다. 감정의 이 몽상적인 명랑성과 압축된 충실성을 유지하고 응집시켜 이름 붙이고 싶을 때는 게르트루트라고 불렀다. 그 이름을 품고 이미 날이 샐 즈음에야 잠들었으나, 오래오래 잠을 잔 듯 이른 아침에 상쾌하고 원기 있게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