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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32030258
· 쪽수 : 455쪽
책 소개
목차
일러두기
파르치팔의 모험
옮긴이 해설
책속에서
그러나 무결無缺의 기사 구르네만츠는 파르치팔에게 온갖 현명한 가르침을 전수했지만, 한 가지를 잊어버리고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파르치팔은 자신에게 닥친 아주 중요한 모험을 이겨내지 못하게 된다. 다시 말해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한, 인간에게는 지혜도 권력도 세련된 예의범절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일러주지 않은 것이다. 파르치팔은 그것을 알지 못했으며, 숱한 모험을 겪고 난 후에야 비로소 이를 깨닫게 된다.
달려라, 붉은 기사여.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길은 아직 멀고머나니. 그대는 어릿광대의 바보 옷은 벗었지만, 그대가 배운 모든 지혜는 그저 그대의 머릿속으로 밀고 들어왔을 뿐, 그대의 가슴은 아직 텅 비고 어리석은 채로 머물러 있으니.
파르치팔! 젊은 그대는 인생에서 이미 많은 명예를 성취했다고 들었어. 심지어는 그대를 흠결 없는 기사라 부르기도 하지. 그대는 어려움에 처한 자를 돕고, 언제나 옳은 편에 서서 싸우며, 패한 자에게 너그러울뿐더러 그대의 예의범절은 모든 궁전의 자랑거리이기도 하지. 그대는 잊지 않고 신을 공경하며, 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지. 또 화려한 복장으로 성당에서 나올 때는 문간에서 구걸하는 거지에게 적선도 하지. 기사 파르치팔이여, 난 그대의 흠결 없음이 두렵다네. 왜냐하면 그대의 영혼이 병들었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은 그대가 눈이 멀거나, 온몸이 마비되거나, 혹은 나병에 걸리거나, 마녀 쿤드리처럼 괴물이 되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이야. 그대는 자기애自己愛라는 병에 걸린 거야. 그대가 어떤 선한 일을 행한다 해도, 그것은 당신 자신을 칭찬하기 위해 하는 일이지. ‘봐, 얼마나 고상한 기사인가!’라고 사람들이 말할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대의 가슴은 굳어 있어. 타인의 고통에 대해 아무런 느낌이 없지! 그대는 몬살바트의 불성실한 손님이었어. 그대는 성배를 보았고, 비참한 처지의 암포르타스 왕과 피 묻은 창을 보았지. 그대는 그 모든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 질문하는 것은 그대에게 그리도 쉬운 일이었건만, 그대는 묻지 않았지. 아니, 사람들이 그대를 어리석고 예의 없다고 생각할까 봐 겁이 나서,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 그러면서도 그대는 흠결 없는 기사가 되고 싶어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