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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0500
· 쪽수 : 193쪽
책 소개
목차
간사지
제1부
왕소나무 숲
봄 바지락
물레방앗간 사람
밤
똥섬
어머니
제2부
서울 길
첫눈
참샘
농게
이모
아버지
제3부
잔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저씨는 왜 서울루 안 가유?” / “왜 안 가너냐구? 안 가넌 게 아니구 뭇 가는 거여…… 배운 게 차 모는 건디……” / 그 뒷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 “괜찮어유. 처음부터 서울 사람인 사람이, 지금 서울서 몇 되나유?” / 어쩐지 나 자신한테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 “그게 아니구, 운전이야 워디서건 허겄지만, 부모님이 뭇 떠나니께 갈 수가 웂어.” / 부모님이 왜 못 떠나느냐고, 나는 물을 수 없었다. / “탄광이 문 닫어도 연탄은 땔 테니께, 배달 일이야 있겄쥬.” / “탄광이 왜 문 닫넌지 아남? 외국 석탄이 더 싸구 좋으니께그려. 그런디 값이 싸나 안 싸나, 앞으루는 연탄이 아니라 기름허구 가스를 땐다넌디, 그러먼 배달허구 말 것두 별루 웂겄지.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가 도대체 워처케 돌아가는지……”_「첫눈」
바다에 노을이 짙어지고 있었다. 그 빛에 젖은 금희의 어깨가 바다를 배경으로 번져 보였다. 금희 머리에 꽂혔던 꽃이 바람에 날려 갔다. 금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 “내가 왜 왔나, 그게 궁금할 거야.” / “응. 그랬어.” / 나는 솔직히 말했다. / “진짜 좀, 촌스러운 거 같네.” / 금희가 잠시 망설였다. / “……네가 누구하고 사귄다는 말을 들었어. 하지만 이제 그 얘긴 필요 없어. 네가 누구와 사귀든, 네 마음 다 알았으니까.” / 여자애들과 편지를 주고받았어도 나는 누구와 따로 ‘사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얘긴 필요 없다고 하니, 굳이 하려고 들면 또 촌스러운 짓이 될 터였다. / 금희가 알았다는 ‘네 마음’은, 이미 금희 속에서 굳어져 있었다. 나는 사귀는 애가 없으니 누구하고든 사귈 수 있겠지만, 금희와 그럴 시간은 이미 지나가 버린 것 같았다. ‘네 마음’이 혼자 무슨 일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게 바로 ‘내 마음’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 되었다. /그때 버스가 나타났다. / “마음에 참샘이 있었습니다. 그 샘물 스스로 솟아, 밤낮으로 바다로 흘렀습니다…… 어때, 나도 제법 시를 쓰지?” / 금희가 그 희고 연약해 뵈는 손으로 버스를 세웠다. / 그리고 그림자처럼 안으로 사라졌다._「참샘」
“이제 바다가 땅보다 이로울 때가 온다는데, 간사지는 그만 막고……” / “공부는 자네가 잘해도, 농사는 내가 잘 아는구먼. 세상에 땅만큼 소중한 게 워디 있나? 짜디짠 뻘 바닥이야 암만 넓어 봐야 무슨 소용이여? [……] / “나라가 잘돼야 자네두 잘되는 거니께, 좌우간 서루 협조허구 협동해야 되어. 오늘 테레비 보니께, 서울서 시끄런 일이 또 일어난 모냥인디, 부모님 걱정하실 일은 하지 말어. 내가 자네 생각헤서 허는 소리여.” / 나를 생각해주는 아저씨의 마음은 알겠으나, 돌아오는 길에 나는 아주 허전하였다. 새마을운동 다리에서 고개를 들어보니 저물어가는 들판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 그때 갑자기 커다란 합창 소리가 온 들판에 울려 퍼졌다. ‘잘 살아보세!’로 시작되는, 요사이 방송에서 무수히 들었던 그 ‘건전 가요’였다. 창수 아저씨네 지붕에 얹혀 있던 확성기에서 나는 소리가 분명했다. 문득 서울이나 여기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_「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