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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사 일반
· ISBN : 9788932035901
· 쪽수 : 160쪽
책 소개
목차
일러두기
머리말
들어가며 조강
제1장 조강 물참 노래
?16세기: 양반과 평민이 물길에서 만나다
제2장 조강으로 몰려오는 외국 배들
?19세기: 개항을 둘러싼 싸움터가 되다
1. 프랑스 배─병인양요
2. 미국 배─신미양요
3. 일본 배─강화도조약
제3장 조강의 노을
?20세기: 인적이 끊기고, 철책에 갇히다
1. 기선과 기차─사라지는 뱃노래
2. 한국전쟁─휴전선이 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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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리뷰
책속에서
“다들 사서삼경만 읽고 세력 다툼이나 일삼고 있으니…… 나라의 허리요 문지방인 조강의 물때마저 이렇게 앎이 부족하고 말길이 막혀 소통이 되지 않는 형편에, 외적이라도 쳐들어오면 나라는 어찌 되며 백성은 누구를 의지해야 할지, 참으로 걱정일세.” / 초라한 패랭이 모자 아래로 흘러내린 스승의 허연 머리칼이 바람에 날렸다. 조헌은 가슴이 벅차올라 잠시 우두커니 있었다. 동인東人이니 서인西人이니 하며 편을 갈라 세력 다툼을 하는 조정의 형편과, 근래 들어 왜倭를 비롯한 나라 주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씀인 줄은 금세 알아들었다. 허나 다른 한 가지는, 정말 자신은 한 번도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었다. (중략) 그렇다. 백성을 위하려면 요긴한 것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나라를 발전시키려면 말길을 뚫어 온 나라 사람의 앎과 뜻이 통해야 한다. 조헌은 스승이 하는 말씀의 뜻, 이 시기에 굳이 자기를 만나고자 험한 물길로 여기까지 온 스승의 마음을 깊이 깨달았다. 저녁 햇살을 받아 반뜩이는 조강, 서해 바다로 흘러드는 그 거대한 물줄기를 응시하는 그의 눈이 젖어왔다.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재연은 높은 지대에 있는 광성돈대로 밀렸다. 옆에서 몸으로 막아주던 동생이 포탄의 파편에 맞았는지 비틀거렸다. 어재연은 칼을 휘두르다가 동생이 내미는 창을 받고자 손을 뻗었다. 그러나 동생은 이미 큰 부상을 입어 피를 흘리며 창을 짚은 채 바닥에 엎어졌다. 아아! 어재연의 입에서는 고함이 터졌다. / 이제 다른 길은 없었다. 탄약이 떨어진 병사들, 발사한 총에 다시 탄약을 잴 겨를이 없는 병사들은 적의 눈에 흙을 뿌리며 총을 몽둥이 삼아 항전하였다. 어재연도 그들과 함께 칼을 휘두르다가 칼이 부러져버렸다. 그때 몸의 어딘가가 무엇에 찔렸지만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것이나 적에게 던졌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 광성보 전투에서 조선군은 어재연, 어재순 형제를 포함해 350여 명이 전사하였다. 끝까지 싸우다 살아남은 병사들은 포로가 되기를 거부하고 자결하거나 염하에 몸을 던졌다. 그에 비해 미군은 3명이 전사하고 10여 명이 부상을 당했을 뿐이었다.
한편 전투에서 처절하게 패배하였는데도 조선 조정에서는 결사 항전하여 외국 배를 몰아낸 사건으로 평가하였다. 병인양요에 이은 또 한 번의 승리로 간주한 것이다. 이에 고무된 대원군은 당장 전국의 요소에 척화비斥和碑를 세워 쇄국의 결의를 다지고, 수교를 배척하는 척사斥邪 정책을 굳건히 하였다. 그 비에는 병인양요 이래 일종의 구호와도 같았던 말이 적혀 있었다. // 서양 오랑캐가 침입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곧 화친하자는 것이요, 화친을 주장함은 나라를 팔아먹는 행위이다. // 프랑스와 미국이 물러감으로써 조선으로서는 주체적으로 외세의 침략에 대비하고 근대화를 추진할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패배한 싸움을 승리로 만들어 반성의 기회를 놓친 지배층은 권력 다툼에 휩쓸리고, 국론이 개화파와 척사파로 갈라져 대립을 거듭하는 동안 시간은 헛되이 지나갔다. 그리고 다른 외국 배가 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