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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사상/사회사상사 > 사회주의/공산주의
· ISBN : 9788932030579
· 쪽수 : 194쪽
책 소개
목차
서문
제1장 사회의 언어화
제2장 역설이 지배할 때
제3장 밖에서 본 공산주의
제4장 철학의 왕국: 메타노이아의 관리
옮긴이의 글
추천의 글_서동진
리뷰
책속에서
이 책의 주제는 공산주의다. 공산주의에 관해 어떻게 말할지는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어떻게 이해할지에 달려 있다. 이후로 내가 말하려는 공산주의는 정치가 자유롭고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경제를 정치에 종속시키려는 기획을 가리킨다. 경제는 돈을 매개로 기능한다. 그것은 숫자들을 통해 작동한다. 정치는 언어를 매개로 기능한다. 그것은 단어들, 이를테면 주장, 프로그램, 탄원들뿐 아니라 명령, 금지, 결의안과 판결문 따위를 통해 작동한다. 공산주의 혁명은 돈의 매개로부터 언어의 매개로 사회를 번역transcription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적 실천의 차원에서 행해진 언어로의 전회linguistic turn다.
어쨌든 이와 같은 사회의 총체적인 언어화total linguistification는 사회적 대립의 근절을 약속하지 않는다. 반대로 그것은 대립을 더욱 첨예화한다. 자본주의 경제의 조건하에서는 역설이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매개로 한 절충안을 통해 적어도 잠정적으로는 그 역설이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언어를 매개로 한 사회에서는 역설이 돈으로 해결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만약 공산주의를 언어라는 매체로 사회를 번역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이 약속하는 것은 목가라기보다는 오히려 자기모순 속에 놓인 삶, 최대치의 내적 분열과 긴장의 상황이다.
반대로 혼종적인 정치적 장이 자본에 의해 축소되었다고 한탄하는 부르주아 좌파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자일 뿐 혁명적 주체는 아니다. 그들이 시장에 항의하는 이유는 시장이 유한하고 합리적인 계산을 통해 혼종적인 것을 동일화한다고, 즉 열린 것을 닫아버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의 힘에 맞서 그들이 수호하길 원하는 것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끝없는 혼종성, 차이의 무한 작동, 계산될 수 없음, 경제화될 수 없는 급진적 타자성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