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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어린이/청소년
· ISBN : 9788932112893
· 쪽수 : 160쪽
책 소개
목차
마리아와 검은 양· ·············7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17
꼬마 여우와 아기 예수········ 19
엄청나게 힘센 해적·········49
축 성탄절 전야··················63
야인이 준 선물· ·············65
하느님의 믿음···················80
성탄절 사과나무············· 81
성탄절 아침···················105
빌리를 위한 자리···········107
냄새를 잘 맡는 낙타· ······129
책속에서
사막 종달새의 노랫소리가 꼬마 여우의 안락한 휴식을 방해했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저렇게 조그만 새가 어떻게 큰 소리를 낼 수 있지? 저 종달새는 도대체 무슨 노래를 하는 거야?’
“하늘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께서 사랑하시는 동물들에게 평화.
하느님의 아드님이자 이 세상의 구세주이며,
우리의 형제이신 분이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셨노라!”
꼬마 여우는 야자나무 그늘에서 살금살금 걸어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이봐, 거기 위에 있는 너, 도대체 무슨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거야?”
종달새는 작은 원을 그리며 점점 더 하늘 높이 올라갔습니다.
“천사의 노래를 부르고 있어.”
종달새가 기쁨에 겨워 말했습니다.
“모두가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말이야. 거룩한 밤에 양들이 이 노래를 들었던 것처럼. 친구들아, 귀를 기울여 봐! 우리의 구세주께서 탄생하셨어! 그분을 뵙고 싶다면 내가 길을 안내할게. 물론, 우리 모두가 평화롭게 지내야만 안내할 수 있어.”
“이리 내려와 봐, 종달새야!”
여우가 외쳤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줘! 이 세상을 구원하실 주님을 뵙는 건 내게도 특별한 일이 될 것 같은데…….”
종달새는 꼬마 여우 위에서 바쁘게 날개짓을 하며 공중에 떠 있는 채로 말했습니다.
“먼저 평화를 약속해야 해!”
여우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습니다.
“그건 내가 너와 네 둥지를 해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니?”
“바로 그거야!”
그러자 여우가 투덜거리듯이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뭐. 나는 상관없어. 그렇지만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갈 때까지만이야! 자, 그럼 이 세상의 모든 맛있는 포도들을 걸고 평화를 지킨다고 약속할게!”
“땅 위에는 평화.”
종달새는 노래를 부르면서 하늘에서 돌멩이가 떨어지듯이 날개를 몸에 바싹 붙인 채 ‘윙’ 소리를 내며 내려왔습니다. 종달새는 여우의 코앞에 이르러서야 날개를 펼치고 모래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그러더니 서둘러 자신의 몸을 가려 줄 덤불 속으로 뛰어들어 갔습니다.
젊은 여인이 말했습니다.
“고마워요. 당신이 우리 예수를 구해 줬어요.”
옆에서 잠을 자던 남자도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이미 깨어 있었습니다. 그는 포도주가 든 가죽 주머니를 꺼내어 해적에게 권하며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집트로 도망가고 있어요. 이집트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거기서는 우리가 눈에 잘 띄지 않을 거예요. 일자리도 찾을 수 있을 테고……. 우리와 함께 가지 않을래요?”
그때 아기가 발을 버둥거리며 해적의 붉은색 두건을 걷어차더니 해적을 바라보며 방긋 웃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해적은 무릎이 후들거리고 등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는 갑자기 아기 앞에 무릎을 꿇으며 속삭였습니다.
“저는 곧 기절할 것만 같아서 미리 용서를 빌게요. 제가 당신의 황금을 훔치려 한 것을 용서해 주세요.”
아기는 행복한 듯이 웃었습니다. 젊은 여인이 말했습니다.
“당신은 강도처럼 보이지 않는데요. 얼굴은 햇볕에 그을리고 몸은 바람에 단련된 것처럼 보이는 걸 보면, 바다에서 온 것 같군요. 당신은 혹시 어부인가요?”
젊은 여인의 말에 그가 대답했습니다.
“네, 지금부터 어부가 될 거예요. 어부는 주로 밤에 일하니까 내 두건은 아기가 가져도 돼요! 잘 지내세요, 행운이 있기를 빌게요!”
해적은 혼미해진 정신을 가다듬고 몸을 일으켜서 바다까지 먼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여전히 정신이 없었기에 천사가 아직 자신의 어깨 위에 앉아 있다는 사실조차 한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답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사비나의 얼굴을 때렸습니다. 사비나는 밖이 완전히 캄캄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별빛을 받은 하얀 눈이 주변을 부드럽게 밝혀 주고 있었습니다. 집게손가락 끝에 발라 놓은 부드러운 꿀 한 방울을 느끼면서 사비나는 얼른 냇물로 가서 손가락을 튕기며 꿀 한 방울을 떨어뜨렸습니다.
“너를 위한 거란다, 냇물아. 오늘은 성탄절이거든!”
냇물은 즐겁다는 듯이 졸졸 흘렀습니다. 사비나는 집을 빙 돌아서 사과나무로 향했습니다. 쌓인 눈을 밟으며 한 발 한 발 걸어갔습니다. 사과나무에 도착해 팔을 뻗자, 손가락 끝이 차가운 나무껍질에 닿았습니다.
“안녕, 사과나무야! 아기 예수님이 태어나셨어! 그리고 바바 할머니가 안부를 전해 달라고 하셨어!”
그녀는 나무를 세 번 두드린 후 꽉 끌어안았습니다. 볼에서 거칠거칠한 나무껍질의 감촉이 느껴졌습니다.
“이제부터는 내 친구도 되어 줄래?”
사과나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뭇가지도 모두 조용했습니다. 그러나 사비나는 사과나무가 친구가 되어 주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온몸이 따뜻해졌습니다. 사비나는 발그스레해진 볼로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이제는 눈 위에 난 그림자도, 부엌에서 나는 말소리도, 나무 계단이 삐걱이는 소리도 무섭지 않았습니다.